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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영리병원 실험 좌초, 구경만 하는 文정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7 17:03

수정 2019.04.17 17:03

中 녹지병원 허가 취소
의료 혁신은 말만 요란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실험이 끝내 물거품이 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중국계 녹지국제병원에 내준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녹지병원에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다. 내국인은 진료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의료법에 따르면 녹지병원은 허가를 받은 뒤 90일 안에 병원 문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녹지병원은 기한을 넘겼다.
그러자 원 지사는 청문 절차를 거쳐 아예 허가 자체를 취소했다.

이제 긴 소송이 남았다. 이미 녹지병원은 지난 2월 조건부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778억원을 투자한 녹지병원이 추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투자자·국가간소송(ISD)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한·중 간 외교 마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녹지병원은 상하이시가 소유한 국영기업 녹지그룹이 100% 출자했다.

한때 녹지병원은 의료혁신의 시금석으로 주목받았다. 멀리는 2002년 김대중정부의 경제자유구역법과 2006년 노무현정부의 제주특별법이 큰 울타리가 됐다. 녹지병원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5년에 사업계획서를 냈고, 그해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어 개설 허가권자인 제주도가 작년 12월에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개원을 둘러싼 마찰 끝에 결국 허가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녹지병원 스스로 일을 그르쳤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2015년 사업계획을 승인할 때 복지부는 "(녹지병원이) 제주도를 관광하는 중국인을 주된 대상으로 피부관리, 미용성형, 건강검진 등 시술을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원 지사의 조건부 개설 허가는 이를 재확인했을 뿐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우리도 관련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의료법 15조는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녹지병원이 내국인 진료제한은 위법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빌미가 됐다.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정책을 활성화하려면 법과 규정도 그에 걸맞게 고치는 게 순서다.

문재인정부는 녹지병원 사태를 마치 남의 일인 양 제주도와 원 지사에 떠넘겼다. 혁신성장을 말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의료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좋은 일자리도 많이 나온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녹지병원 실패 사례를 향후 새로운 정책 수립의 밑거름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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