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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이전 카드까지 내놨다… ING, 코메르츠방크 인수전 가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7 17:44

수정 2019.04.17 17:44

네덜란드 암스테르담→獨 프랑크푸르트
최대주주 獨정부 외국은행 꺼리자 獨으로 본사 옮기겠단 의사 밝혀
伊 유니크레디트는 인수 안할듯..도이체는 내부 반대로 손뗄 가능성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NG 사옥에서 랄프 하머스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쿠스 티머만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NG 사옥에서 랄프 하머스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쿠스 티머만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ING 은행이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본사를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쳤다. 이달초에는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가 인수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유럽 은행들이 뛰어드는 가운데 정작 최대주주인 독일 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도이체방크는 인수 의향이 점점 옅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츠방크 인수전이 본사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는, 네덜란드에서 독일 국적 은행이 되는 ING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랄프 하머스 ING 최고경영자(CEO)가 마르틴 칠케 코메르츠방크 CEO에 합병을 타진했다면서 하머스는 필요하다면 ING 본사를 프랑크푸르트로 옮길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사 CEO들은 지난달 중순 코메르츠방크가 도이체방크와 공식 인수합병(M&A)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하기 이전부터 비공식적으로 합병 가능성을 놓고 접촉해왔다.

코메르츠가 도이체와 공식협상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양측의 협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ING는 독일 정부에도 합병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경제월간지 매니저 마가친(Manager Magazin)은 이날 ING가 코메르츠에 합병을 타진하고 있다면서 ING는 코메르츠 지분 15%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 독일 정부와도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초에는 코메르츠와 도이체간 합병협상이 무산될 경우 유니크레디트가 인수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최대주주이자 감독당국인 독일 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도이체와 코메르츠간 합병은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은행간 합병이 워낙 복잡한 사안인데다 직원들과 노조의 반발이 거세고, 도이체가 코메르츠 인수를 위해 최대 100억유로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돼 합병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 소식통은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80%에서 60%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가 도이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 당시의 교훈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국 은행들이 철수해 독일 금융시장의 공백이 컸다. 이때문에 외국은행이 코메르츠를 인수할 경우 자칫 독일내 금융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ING나 유니크레디트가 모두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소속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감독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아직 유로존 은행동맹은 출범도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들 은행이 유로존 소속이라는 점은 큰 위안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코메르츠는 독일내 가계·소액·중소기업 대출 규모 최대 은행 가운데 하나이자 수출금융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외국에 인수되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다.

일단 유니크레디트는 인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이탈리아의 불안정한 정치상황, 재정흐름도 그렇고 무엇보다 유니크레디트 자체가 이탈리아 채권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ING는 독일 정부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묘책도 제시한 상태다. 본사 이전이다.

독일 정부가 외국 은행에 코메르츠가 넘어가는 것을 불안하게 여긴다면 아예 이참에 본사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이전은 하머스 CEO의 평소 지론으로 볼 때도 그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머스는 네덜란드의 엄격한 보너스 규정이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네덜란드의 엄격한 규정에 따르면 상여금 등 가변임금은 고정임금의 20%를 넘지 못한다.
반면 유럽연합(EU)의 제한은 이보다 크게 높아 고정임금의 최대 100%를 보너스로 지급할 수 있고, 주주 동의를 거치면 200%까지도 가능하다. 하머스는 지난달 FT와 인터뷰에서 "투자은행가들, 금융시장 종사자들이 가변임금(보너스)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믿는다면, 암스테르담은 확장을 위한 천혜의 입지라 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메르츠 인수전에서 ING가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도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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