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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레저] 꽃처럼 피어난 호박나물…'인싸'들이 주목한 모던 한식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8 17:09

수정 2019.04.19 16:16

한식 파인다이닝 묘미
얇게 썬 애호박을 겹겹이 말아 게살과 케비어를 올린 호박나물
얇게 썬 애호박을 겹겹이 말아 게살과 케비어를 올린 호박나물

은은한 미색 그릇에 꽃송이가 폈다. 꽃잎은 새우젓과 참기름을 이용해 저온에서 익힌 얇게 썬 애호박이다. 애호박을 겹겹이 말아 솔잎 식초와 국화, 잣 등으로 양념한 게살을 채우고 지리산 자락에서 가져온 검은 캐비어를 올렸다. 요리의 이름은 '호박나물'. 여러 조각돌 위에 무심히 플레이팅된 핑거푸드는 '육포샌드위치'와 '양지수육'. 갈색의 얇은 육포는 비스킷처럼 바싹하고, 기름기 많은 부위를 말려 지방이 풍부하다. 부드럽게 삶은 '양지수육'은 명이나물 등 각종 나물과 어우러져 익숙한 맛을 내는데, 그 모양은 바위틈에 핀 야생초 같다. 샛노란 달걀노른자가 흘러나와 미색의 잣 국물과 어우러진 '문어수란채국'은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맛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디귿자 형태의 바로 이뤄진 식당 내부
디귿자 형태의 바로 이뤄진 식당 내부


모던 한식 레스토랑 '묘미'(강남구 학동로53길 20)가 최근 강남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과학적이면서 섬세한 요리법으로 화제를 모은 장진모 셰프가 한식의 현대화에 나섰다. 장 셰프는 17일 "한남동 '앤드 다이닝'을 끝으로 지난 2년간 여행을 다녔다"며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숨겨진 맛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오랜 지인으로 카레이서인 서주원 대표와 의기투합한 그는 "한국의 맛을 추구하지만 형체와 구성은 현대적"이라며 "전통을 해체해 재구성했다"고 부연했다. 식당 이름인 묘미에는 '묘한 맛과 묘한 아름다움'이란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오래되고 다양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획일화된 측면이 있고 많은 부분 소실됐습니다. 묘미는 지역 생산자에게서 김치와 쌀, 된장, 들기름, 식초 등을 수급하고 있으며, 고(古) 조리서나 의궤에 나오는 전통음식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기존 메뉴로 내놨던 잣국수는 북한의 '조선료리전집'에 나오는 것으로, 경기도 가평에서 그 실체를 확인했다. 현재 메뉴에 포함된 '문어수란채국'은 경남 밀양 밀성 손씨 종가 등 경상도의 몇몇 종가에 내려오는 음식이다. '도미떡국'과 '멍게밥'은 한식을 기본으로 한 창작 요리다. 김과 참기름 등으로 육수를 낸 '도미떡국'은 전라도 지역에서 대구로 끓이는 떡국에서 영감을 얻었다. 멍게밥은 여러 해초와 함께 지은 검은 빛깔의 밥 위에 멍게 젓갈을 올린다. 흔히들 한식에는 전통술이 어울린다고 하나 묘미는 와인을 곁들인다. 발효가 잘된 서양 내추럴 와인으로 마치 동치미처럼 입 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바다향기 가득한 소라 요리
바다향기 가득한 소라 요리


묘미는 최근 전 직원이 함께 태국의 한 유명 레스토랑을 다녀온 뒤 메뉴를 업그레이드했다. 묘미의 새 메뉴 개발에 참여한 서주원 대표는 "(우리가 다녀온 곳은) 인도 음식을 재해석해 선보이는 고급 식당이었다"며 "그곳 음식이 외국인인 우리에겐 접하기 힘든 특별한 맛이었는데, 동행한 인도 친구는 친근한 맛"이라고 했다. "묘미도 이렇게 한국인에게 친근할 수 있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색다르고 독특한 맛을 전하는 파인다이닝이 되길 바랍니다.
" '디귿(ㄷ)'자 형태의 바(Bar)로 이루진 실내는 캐주얼한 분위기를 풍긴다. 모임을 할 수 있는 별도 공간도 있다.
코스 요리로 점심에는 디저트까지 8가지, 저녁에는 15가지 음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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