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아직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8 17:21

수정 2019.04.18 17:21

[기자수첩] 아직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맹골수도에서 304명의 생명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많은 국민들도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고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만하자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간의 동병상련을 징하게 해처먹는다"고 비난했고, 정진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본인이 받은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어라. 이제 징글징글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차 전 의원이 말한 '유가족'은 어떤 사람들이고, 정 의원이 언급한 '우려먹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유가족은 죽은 이의 남은 가족이다. 민법상으로는 배우자와 혈족·인척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배우자, 8촌 이내 부계 혈족, 4촌 이내 모계 혈족, 처의 부모 등이다. 이는 유족연금, 보상 등의 한계를 설정해 놓았을 뿐이다.

피로 맺어진 사이만 가족이 아니다. 함께 살며 정을 나누고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

유족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도, 다른 시간·장소에서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도 모두 서로의 유족이 될 수 있다.

304명의 생명이 황망하게 떠난 그날. 많은 국민들은 세월호의 유족이 됐다. 어린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물론 조직적인 국가의 무능을 은폐하려는 시도들이 많은 이들을 정 의원이 언급한 '우려먹는' 사람들로 만들었다.

유족은 가정법을 부여잡고 산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천만번은 더 되뇌는 질문이다. 가정법의 주어 자리에 '내'가 아닌 '국가'가 들어오면 국면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환된다.

'20년 중고선령 규제를 풀지 않았다면' '제대로 초기대응이 이뤄졌다면'. 유족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같은 이유로 누군가가 유족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실은 수면 아래 잠겨있다.
아무리 '지겹다·징글징글하다'고 말해도 세월호의 유족이 돼버린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다.

eco@fnnews.com 안태호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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