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日의 도시재생
사실상 지역 전체가 거대한 공사판일 정도다. 토라노몬 일대 뿐만이 아니다. 신주쿠에선 60층 짜리 주거형 타워맨션이 최근 건립됐으며,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가치도키 등 매립지 역시 고급타워맨션 올리기가 한창이다. 고이즈미 정권 당시인 2000년대 초반 시작된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아베정권에서 2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한가지 흥미로운건 일본의 대형 디벨로퍼들이 도쿄 지역을 분점하고 있다는 것. 토라노몬 일대는 일본 최대 상업지구인 롯폰기·긴자로 이어지는 중간 벨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맹주'는 롯폰기 힐즈를 건설한 모리다. 건물 꼭대기에 모리(MORRI)마크가 새겨진 빌딩들이 롯폰기와 토라노몬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모리가 짓는 건물들은 대개 호텔·사무실·레지던스·상업시설을 겸비한 복합상업시설들이다. 모리타워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도쿄역 인근 마르노우치는 미츠비시 영역이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정권과 미츠비시는 도쿄역 '허공'을 사고팔아 이를 인근 건물의 용적률로 인정받는 '봉이 김선달식 해법'으로 고층건물을 높이는 개발을 마무리했다. 이 지역엔 미츠비시 본사를 비롯, 닛케이빌딩, 요미우리신문, 일본생명, 금융사 등이 대거 입주해있다. 미츠이부동산은 그 인근 니혼바시를 근거지로 한다. 오사카에 기반을 둔 스미토모 역시 도쿄로 진격하고 있어, 도쿄타워가 초고층건물들에 가려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일본에선 버블 경제 직후,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헤이세이 시대에 올려진 도쿄도 내 100m이상 초고층 건물이 313개나 될 정도니 말이다. 도쿄 뿐만이 아니라 오사카 역시 108개나 된다고 한다.
BOJ의 경고에도 일본의 부동산 열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지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도쿄의 오피스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데다 3~4%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도쿄의 도심개발 사업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는 현재 '사람을 불러들이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도쿄의 재생프로젝트는 정부나 서울시가 면밀히 살펴 볼 이야기다. 일본은 이미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되찾은 2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른다. eh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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