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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의 그림자… 장비 국산화는 수년째 제자리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9 17:08

수정 2019.04.19 17:08

세계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 불구 핵심 장비는 여전히 선진국 수입
장비 국산화율 수년간 20% 안팎.. 中 성장에 국산화 투자 필요 커져
‘반도체 강국’의 그림자… 장비 국산화는 수년째 제자리

한국 반도체 장비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지만 주요 장비의 국산화는 수년째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장비 매출도 늘었지만 대부분의 장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핵심 장비는 여전히 선진국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는데다 중국 장비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기술력 향상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장비 시장은 약 117억달러(약 20조1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세계 최대 규모 시장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장비는 일반적으로 웨이퍼 가공, 조립 및 패키징, 테스트 공정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는 설비 장비를 포함한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호황기를 거치면서 장비 시장도 성장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전년에 비해 14%가량 성장한 645억달러(약 7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시장은 전체 시장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 시장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장비산업은 그만큼 수혜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산 장비가 시장 규모에 비해 채택되는 경우가 적어 국산화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국내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수년째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기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후공정 장비 국산화율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최근 한국 반도체 장비 시장이 고성장함에 따라 국산화율은 더욱 하락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장비·재료 산업의 국산화율은 지난 2011년 21%를 마지막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실태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 유출 우려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정보 제공 협조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반도체 핵심 장비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를 통해 산업 체질을 바꾸기까진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반도체 공정 가운데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장비들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기업들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 인쇄된 회로를 깎는 식각 등의 공정이 대표적이다.

양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며 장비 시장 규모도 한국을 맹추격을 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 호황에도 한국 반도체 장비 시장은 지난해 성장률이 뒷걸음쳤지만 중국은 전년에 비해 59% 성장하며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서 장비와 소재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산화를 위한 투자와 제도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선 품질과 생산성을 갖춘 혁신적인 장비의 개발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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