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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념에 물든 3차 에너지기본계획, 싹 바꿔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9 17:24

수정 2019.04.19 17:24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내놨다. 19일에 열린 공청회에서다. 공청회장은 원전 찬반 세력이 180도 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소란했다. 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향후 20년에 걸친 에너지기본계획을 짜게 돼 있다. 2008년에 1차, 2014년에 2차가 나왔고 이번이 3차다. 3차는 2019~2040년을 대상으로 한다.
에너지 분야 최상위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백년대계를 담아야 할 기본계획이 이념으로 짙게 물든 것은 유감이다.

정부안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11월 워킹그룹은 25~40%를 제시했다. 이어 전문가 태스크포스(TF)는 30~35%로 범위를 좁혔다. 정부는 바로 이 TF 권고안을 채택했다. 상식적으로 무리한 수치다. 2008년 1차 계획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30년까지 11%로 잡았다. 2014년 2차 계획에선 2035년까지 11%를 유지했다. 불과 5년 만에 이 수치가 2040년까지 세 배(30~35%)로 높아졌다.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다면 모를까,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2017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7.6%에 불과하다.

정부안에서 원전을 쏙 뺀 것도 문제다.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이 다다.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몇 퍼센트로 줄인다는 내용이 없다. 1차 계획에선 원전 비중을 41%로 예상했다. 2차 땐 29%로 줄었다. 3차 안대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원전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비록 확정되지 않은 안(案)이라곤 하지만, 예상 수치조차 내놓지 못한 엉성한 플랜을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으로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의 틀을 잡은 것은 참여정부다. 2006년에 에너지 관련 법을 에너지기본법(현 에너지법)으로 한데 묶었다. 5년마다 기본계획을 짜기 시작한 것도 이 법에 근거를 둔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뒤 근거 법률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41조)으로 바뀌었으나 틀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 성향이 진보든 보수든 에너지 백년대계가 흔들려선 안 된다.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 불행히도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도그마에 사로잡힌 나머지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를 흔들고 있다.
정부안은 토대부터 싹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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