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밥 먹을 테니 손씻고 오라".. 그대로 사라진 아들[잃어버린 가족 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2 17:07

수정 2019.04.23 09:45

"아들이 찾아올까 7년 넘도록 이사도 안갔건만…"
8세 때 한탄강에서 사라진 김용래씨 첫 나들이에서 손씻으로 갔다가 실종
아버지는 충격에 화병으로 돌아가셔
김용래씨(47·당시 8세)는 실종 당시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거주 중이었으며, 콧등에 마마자국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김용래씨(47·당시 8세)는 실종 당시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거주 중이었으며, 콧등에 마마자국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혹시나 아이가 찾아올까, 7년 넘게 이사도 가지 않았어요. 항상 살아만 있기를, 잘살고 있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39년 전 잃어버린 막내아들을 찾고 있는 고영자씨(65)의 목소리에는 '너무 늦었다'는 체념과 간절한 희망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22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들 김용래씨(47·당시 8세)는 경기 연천 한탄강 유원지에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다가 실종됐다.

김씨의 할머니, 삼촌, 누나 등 가족 8명이 함께 나선 첫 교외 나들이었다.

강가에서 메뚜기를 잡고 놀던 김씨는 할머니의 "밥 먹을 테니 손씻고 오라"는 말에 손을 씻으러 갔다가 그대로 사라졌다.
그것이 가족들이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씨의 부모는 나들이에 함께 가지 않아 그 모습마저도 볼 수 없었다.

고씨는 "아이가 사라진 직후 할머니와 삼촌이 이틀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며 "우리(부모)도 보름을 한탄강에 있으면서 경찰과 수색했지만 허사였다"고 전했다.

실종 직후 경찰에 바로 신고하고, 각 매체에 실종 기사를 내기도 했지만 김씨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현상금을 걸고, 군인들까지 동원돼 의심 가는 지점을 수색했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현상금을 노린 사기꾼들 소행으로 고씨의 마음의 상처는 더욱 커져갔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아버지는 충격을 받고, 화병으로 건강이 악화된 끝에 지난 2015년 세상을 등졌다.
김씨의 할머니, 삼촌과도 소원해지는 등 가정에도 금이 갔다.

고씨는 "같이 나들이를 갔던 누나는 잘살고 있지만, 속상할까봐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삼가고 있다"며 "당시 서울 월곡동에 살았는데, 혹시 아들이 돌아올까 싶어 이사도 못하고 7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2남매 중 막내인 김씨는 당시 성북구 월곡동 숭곡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으며, 콧등에 마마 자국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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