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통큰' 지원 배경은…아시아나 매각 불안요소·직접부담 '최소화'

4월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계류돼 있다. 2016.4.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영구채 5000억 직접 지출…1.1조는 신용·보증 한도
경영정상화 되면 수익 낸다는 판단에 과감한 지원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예상보다 많은 1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통 큰'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해 경영정상화 및 매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채권단의 영구채 매입 5000억원을 제외하고 1조1000억원은 필요시 유동성 지원이라는 점에서 채권단의 직접 지출 부담을 줄이는 데도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3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영구채 매입 5000억원, 크레딧라인 8000억원, 스탠바이 LC(Letter of Credit, 보증신용장) 3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총 지원 규모인 1조6000억원을 공식화했다.

1조6000억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조건으로 요구한 5000억원의 3배 규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시장신뢰를 얻도록 충분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시장에서 예측한 약 1조원을 훨씬 웃돈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잠재할 수 있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아시아나항공 M&A를 올해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Δ주간사 선정 Δ매각공고 Δ투자의향서 접수(예비입찰) Δ본입찰 Δ우선협상대상자 선정 Δ실사 Δ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매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입금 상환 등에 어려움이 없어지려면 넉넉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기준 미상환 차입금은 3조895억원이고, 그중 단기차입금이 1조224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당장 1조6000억원을 전부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매수하는 데 5000억원을 사용한다. 영구채는 발행 기업이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형태의 채권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머지 1조1000억원은 신용한도와 보증한도 제공을 통해 이뤄진다. 크레딧 라인(8000억원)은 일종의 마이너스대출이다. 기업은 은행이 일정 기간을 정해 미리 설정한 한도 내에서 조건에 일치하는 한 수시로 자금을 빌려 쓰고 갚을 수 있다. 자금 용처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로 제한하면서 직접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증신용장은 은행이 고객의 거래상대방을 수익자로 해 신용장 한도액까지 지급을 보증하는 신용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이 해외에서 자체 신용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으니 은행에서 보증을 지원하는 것으로, 직접 지원은 아니다.

이런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비수익노선을 조정하면 상당한 흑자를 낼 수 있다"며 "충분히 원매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과 MOU를 체결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착수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은 전체의 33.47%이며 구주매각과 더불어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인수후보군으로 SK, 한화, CJ, 애경 등이 거론되지만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