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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융통성 발휘한 당국… 해운사 8곳 6兆 매출감소 피했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3 17:03

수정 2019.04.23 17:03

금융위 "이전 CVC 매출로 인식".. 리스로 처리땐 매출 급감할 우려
화주 부채도 7兆 넘게 늘어날 뻔.. 사소한 위반땐 경고 등 우선 계도
회계 융통성 발휘한 당국… 해운사 8곳 6兆 매출감소 피했다

국내 해운사 8곳이 회계처리와 관련, 최대 6조1500억원의 매출 감소를 피하게 됐다. 국제회계기준(IFRS16)에 따라 해운사와 화주간 연속항해용선계약(CVC계약) 일부가 금융리스로 해석될 수 있으나 금융당국은 2019년 이전 체결한 계약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新)리스기준서 시행 전후 해운사·화주간 장기운송계약(CVC)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제시했다.

김선문 금융위원회 회계감독팀장은 "이에 따라 2019년 이전에 체결한 CVC계약은 구 리스기준에 따라 운송계약으로 판단한 회계처리에 오류가 없을 경우 해당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운송계약으로 회계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8개사 매출 6조 축소될 뻔"

CVC계약은 일정 선박을 이용해 일정 화물을 일정 장소로 운송하는 여러 회차 조건의 용선계약이다. 선박을 사용하도록 해주는 계약과 운항비, 인건비, 연료비 등을 부담으로 용역계약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선박 사용계약이 리스 회계처리의 핵심쟁점이다. 기존에는 운송수익인 만큼 매출로 회계상 인식했다. 리스가 되면 리스채권에 따라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이번 지침이 없었다면 올해 CVC계약 관련 선사들의 매출은 6367억원이 감소한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계약잔여기간 동안 총 매출 감소는 6조1543억원에 달한다.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벌크선을 다량으로 매입한 H라인해운의 피해가 가장 클 뻔했다. H라인의 CVC 계약선박은 43척으로, 올해만 335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뻔했다. 계약잔여기간 총 매출 감소 예상액은 3조3889억원에 달한다. 이어 팬오션(6951억원), 폴라리스쉬핑(8357억원), SK해운(4640억원), 대한해운(4012억원), 대한상선(2068억원), 현대글로비스(1345억원), 하나로해운(281억원) 등이 구제를 받은 셈이다.

화주의 부채도 올해 7조4186억원이 늘어날 뻔했다. 포스코(2조4330억원)의 부채 증가 예상액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남동발전(1조1173억원), 현대제철(9306억원), 중부발전(9149억원), 남부발전(8047억원), 서부발전(6881억원), 동서발전(5301억원) 등 순이다.

■"중대 위반 아니면 계도 조치"

금융위는 재무제표를 심사하다 회사와 감사인이 협의해 구 리스기준에 따라 리스가 포함된 것으로 판단, 수정하더라도 위반 내용이 중하지 않을 경우 경고와 주의 등 계도만 하기로 했다. 오류가 있는 경우 과거 재무제표를 소급해 재작성을 하면 된다.

금융위는 "CVC계약은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존재해 보편적인 해외사례가 없고, 계약의 특성상 운송용역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어 국내해운사들은 운송계약으로 회계처리하는 관행이 형성돼 있다"며 "오류를 고칠 경우 제재보다 지도 차원에서 경고 등 계도조치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 이후 맺은 CVC계약은 새 리스기준상 계약별로 판단하도록 돼 있어 이에 맞춰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금융위는 "국제회계기준의 합리적인 해석범위 내에서 감독업무의 구체적 지침을 마련했다"면서 "업계와 공유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므로 새로운 회계기준 혹은 해석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이번 조치가 없었다면 선사들의 매출 6조원이나 줄어들 뻔했다.
화주도 부채가 7조원 가량 늘어날 뻔했다"며 "회계상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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