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경제성장과 행복감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중산층의 감소를 우려했다. 소득증가보다 필수생계비 상승이 더 빠른 데 연유한다. 이로 인해 보호주의나 국수주의를 표방하는 포퓰리즘이 대두해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저해할까 우려했다.

중산층 크기는 국민의 행복감을 달리 표현한다, 중산층 정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중·일 삼국은 물질적 가치에 높은 비중을 두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지식, 문화, 도덕, 포용 등 비물질적 가치를 더 중시한다. 매경이코노미(2012) 조사를 보면 한국인은 학력이나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도 일정 수준의 소득이나 자산이 없으면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기지 않는다. 자녀 세대 중산층의 요건으로도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여전히 물질적 기준을 중시했다.

경제성장이 국민의 행복감을 높여줄까? 미국 경제학자 이스털린(1974)은 개인 소득 증가와 삶의 평균 만족도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를 '이스털린 역설'이라 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행복과 소득 간 상관관계는 약하다고 했다. 행복과 소득 간 상관관계가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인구상으로는 반반이라고 밝혔다. 국민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비물질적 가치에 대한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제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침체로 고실업, 직업불안이 상승하면 행복 수준을 더 떨군다.

우리나라는 성장, 복지 그리고 사회통합 등에서 도전에 직면했다. 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개개인의 욕구는 경제 욕구 이상으로 다원화됐고 행복감도 낮다. 경제활동이나 규모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다다랐지만 저출산·고령화나 소득과 고용의 양극화 및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쌓여 축제 분위기는 아니다. 또한 객관적 삶의 질도 나아졌지만 상대적 격차를 중시해 중산층 귀속감도 얕아졌다.

성장이 삶의 질 향상도 높이는 발전으로 이어질 수 없는가? 행복 극대화가 사회의 지향점이긴 하지만 공공정책의 목표가 되기는 쉽지 않다. 자칫 국민들에게 기대상승 효과만 야기해 실망감을 부추긴다. 역설적으로 불만감 상승은 소득증대를 위해 일할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다양성을 유지하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경제적으로 건강한 경제시스템을 지향하려는 아이디어가 분출했다. 존 풀러튼 미국 캐피털연구소 회장(2015)은 양적 가치에 매몰되지 않는 '재생가능 경제' 구상을 제안했다. 특히 부(富)의 원천이 재무적 자본 외에 문화적, 지적 그리고 사회적 자본 등 다양한 자본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경제적 효율과 복원력, 협력과 경쟁 등 상반된 경제원칙들의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우리나라도 재생가능 경제시스템의 접목을 고려할 때다. 물론 정책개발 관점에서 장기적 안목과 정원을 가꾸듯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비재무적 자본 가운데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가장 우선이다. 사회적 자본은 제도와 규범 그리고 신뢰와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우리 제도의 현대화와 신뢰수준의 향상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 간 생산적 상호작용을 부추겨 경제사회의 역동성과 행복감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국가 주도의 성장모델을 선진국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정순원 前 금융통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