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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꿈이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4 17:12

수정 2019.04.24 17:12

삼성전자 2030비전 발표.. 文대통령이 힘 실어주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가는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삼성전자는 24일 2030 반도체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연구개발(R&D)에 73조원, 첨단 생산시설에 60조원이 들어간다. 같은 기간 직접채용이 1만5000명, 간접고용은 42만명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초 삼성전자는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반도체 강국 코리아의 명성도 따라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인자일 뿐이다. 메모리(D램·낸드플래시)보다 두 배나 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대만 기업 등이 장악했다. PC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메이저가 아니다. 바로 이 시장에 이재용 부회장이 승부수를 걸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부침이 심하다. 자연 업황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도 들쭉날쭉한다. 지난해 반도체는 전체 수출에서 20%가량을 차지했다. 반도체 비중이 워낙 높은 탓에 수출 실적도 왔다갔다 한다. 뭐든 쏠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욱이 비메모리는 상대적으로 가격도 안정적이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삼성전자의 선택은 옳다.

정부는 이달 말 비메모리 육성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 부회장이 회사 방문을 요청하자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 가겠다"고 화답했다. 이제 그 조건이 무르익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힘을 실어준다면 삼성전자로선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뿐이 아니다. 수소차, 바이오 등 여러 분야에서 정부와 기업이 공조해야 할 일이 많다. 이미 문 대통령은 수소차의 '홍보대사'를 자임했다. 현대차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 바이오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이미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선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론 바이오 신약까지도 넘볼 수 있다. 결국 좋은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
투자의 물꼬를 트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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