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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스크린 상한제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4 17:12

수정 2019.04.24 17:12

'어벤져스4'가 개봉 4시간 만인 24일 오전 11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광풍' 수준의 이런 스코어는 개봉 전 티켓 예매량이 200만장(점유율 96.9%)을 넘어서면서 이미 예견됐다. 이날 '어벤져스4'가 확보한 스크린 수만도 전국적으로 2800개(점유율 91.5%)가 넘었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일이다.

마블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독과점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취임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거론하면서 새삼 논란을 키우고 있다. 문체부는 현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토대로 구체적인 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은 복합상영관의 경우 프라임 시간대(오후 1시~11시)에 한 영화의 총 상영횟수를 5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뜻 들으면 문화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장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괄 규제는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크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영화업계도 입장에 따라 당장 찬성과 반대 두 패로 의견이 갈린다.

극장업계는 이 법안이 미칠 파장을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록버스터급 대작영화는 기본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상영을 제한받을 경우 장기 상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스크린 상한제로 발생하는 빈 자리를 다른 상업영화들이 차지하고, 이 법안이 보호하려고 했던 독립영화가 오히려 상영 기회를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세상 일이 늘 그렇듯이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예술영화처럼 시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영화는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안팎인 이들 영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영화 상영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얘기다.
영화의 소비는 시장에 맡기는 게 순리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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