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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다지는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인수전 대비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4 17:14

수정 2019.04.24 17:14

UBS자산운용부문과 합병 모색.. 부실전담 배드뱅크 설립 검토
투자은행 부문 축소도 나서.. 인수 핵심 전제조건일 가능성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 거래소에 걸려있는 도이체방크(왼쪽)와 코메르츠방크의 현수막.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 거래소에 걸려있는 도이체방크(왼쪽)와 코메르츠방크의 현수막.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짜배기 자산운용 자회사 DWS를 다른 자산 운용사와 합쳐 덩치를 키우고, 은행내 부실자산을 털어내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증권부문 철수 등 부실사업 부문을 털어내는 작업도 검토되고 있다. 2위 경쟁은행인 코메르츠방크 인수를 위한 공식협상에 나서고 있는 도이체가 코메르츠 인수보다는 자체 체력강화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코메르츠 인수 불발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지만 배드뱅크 등이 코메르츠 인수의 전제조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말 도이체의 인수합병(M&A) 상황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모든 게 불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출범?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도이체가 자산운용 자회사 DWS와 스위스 투자은행 UBS 산하 자산운용부문 합병을 놓고 UBS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는 현재 운용자산 6620억유로 규모의 DWS 지분 79%를 갖고 있다. UBS 자산운용부문은 자산운용 규모가 7000억유로로 DWS보다 많지만 UBS는 이를 DWS에 넘기고 합병사 지분 일부를 갖기로 하는 방안을 놓고 도이체와 협상 중이다. UBS자산운용부문은 12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비틀거리기 시작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의 자금인출이 계속돼 지난해 전세계 자산운용사 가운데 16위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양사가 합병하면 운용자산이 1조3600억유로 규모로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로 군림하고 있는 1조4000억유로의 프랑스 아문디와 수위를 다투게 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이전보다는 겨뤄볼 만한 체력을 갖추게 된다. 블랙록과 뱅가드 양사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합쳐서 11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다만 DWS와 UBS 자산운용사 간 합병이 아직 성사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DWS는 독일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와도 합병 논의가 오가고 있고, 아문디, 이탈리아 피오니에르, 이탈리아 보험사 아시쿠라치오니 제네랄리, 나틱시스 투자운용 등으로부터도 입질을 받고 있다.

■도이체, 배드뱅크 설립 검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역시 소식통들을 인용해 도이체가 코메르츠와의 합병이 무산 대비책으로 부실자산을 털어내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메르츠 인수가 대규모 감원 우려에 따른 강력한 노조의 거센 반발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수 실패에 따른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코메르츠 인수를 위한 사전 조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식통은 양사 합병을 위한 조건으로 도이체가 투자은행 부문에서 대대적인 감축을 벌이고, 사업 분야도 축소하고, 자원을 더 이윤 높은 부문으로 집중하는 것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전략 수정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배드뱅크 설립 외에도 도이체가 주식, 주식파생상품, 금리 거래 부문 일부를 감축하고 대신 그동안 경영진이 강조했던 무역신용, 채권 주간사업무, 외환, 기업 현금관리 서비스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투자은행 부문 축소는 코메르츠 인수에서도 핵심적인 사전조건으로 지목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는 주주들의 주문이기도 하다. 도이체 주주들은 코메르츠 인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볼 것도 요구하고 있고, 이 주문 가운데 하나가 투자은행 부문 축소다.
계속 적자를 내거나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사업부문을 줄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게 투자은행이다.
결국 코메르츠 인수 성사, 불발 여부에 관계없이 도이체는 적자가 계속되는 미 증권부문을 포함해 전세계 증권부문 규모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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