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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기 침체 비웃듯.. 뉴욕증시 사상최고치 갈아치웠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4 17:51

수정 2019.04.24 17:51

"올 주식시장 힘들 것" 이라던 전문가 경고 무색하게 호조세
통화정책 완화 기조 '일등공신'.. 주요기업 예상 밖 실적도 한몫
펀더멘털 봤을 땐 지속 어려워
세계경기 침체 비웃듯.. 뉴욕증시 사상최고치 갈아치웠다

미국 뉴욕증시가 23일(현지시간) 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경기침체, 결국 그 여파로 인한 미국 성장둔화, 기업실적 후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온갖 악재도 사상 최고치 돌파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금리인상을 지속했던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 완화 선회가 일등공신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호조세는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지속되기 어렵다며 조만간 주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25.71포인트(0.9%) 상승한 2933.6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5.56포인트(1.3%) 뛴 8120.82로 장을 마치며 각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올 들어 17% 상승하며 1987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22% 뛰어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지난해 9월 20일, 8월 29일에 찍었던 사상 최고 기록을 이날 갈아치웠다.

올해가 주식시장에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경고를 비웃듯 주가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따른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컸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애런 수석투자전략가는 연준 통화정책이 완화로 돌아선 것이 "실제로 시장을 지탱하는 주된 지지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기업들이 예상과 달리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도 영향을 줬다. 소설미디어업체 트위터,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등은 실적호조로 주가가 크게 뛰었다.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기업실적이 전년 대비 4%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법인세 감면이라는 이례적 특수성에 힘입어 기업 이윤이 22% 급증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어서 지난해와 올해 실적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애런은 "지난해 높은 실적 상승률은 지속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시장은 조금 다른 결론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미·중 무역전쟁을 이유로 올 세계 경제성장률을 낮췄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3번째 하향 조정이었지만, 시장에서는 그 충격보다는 양국 무역전쟁 봉합 기대감에 더 기우는 모습이다.

또 미국 경제성장률 둔화도 시장에서는 역설적이게도 호재로 평가한다. 비록 성장둔화가 기업실적 둔화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준의 금리인상 억제와 통화완화 지속 전망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이런 시장의 기대감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만으로 주식시장이 지금 같은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실적이 개선된다고 해도 벌써 일어났어야 할 증시 조정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헤지펀드 뱅가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지금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면서 "펀더멘털로 봤을 때 이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S&P500 지수가 1·4분기와 같은 상승세를 지속하면 올 전체로는 상승률이 50%를 넘겨 역대 최고 기록인 1954년 45%를 웃돌게 된다. 세계 경제, 미국 경제둔화, 무역긴장 지속 등 온갖 악재들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인 예상이다.
RBC 캐피털마케츠의 미국주식 전략 책임자는 주가 상승세가 둔화된다고 해서 전혀 놀라워해서는 안된다면서 얼마 전의 지지부진한 상승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주식시장 흐름의 전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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