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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세계 인프라 시장, 한국에 기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5 17:14

수정 2019.04.25 17:14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세계 인프라 시장, 한국에 기회다

지난 3월 주요 7개국(G7) 멤버인 이탈리아가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자 전 세계에 파장이 일었다. 필자는 극우와 극좌 정치세력의 연립정부, 장기 경제부진과 높은 부채 그리고 낙후된 인프라를 가진 이탈리아의 특수상황과 현실적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일대일로가 세계 인프라 시장과 기존 질서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주지해야 한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취임과 함께 제시한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위해 이듬해 발표한 거대 인프라 개발전략이다. 따라서 중국은 일대일로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금융지원을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설립했다.
2015년 설립 당시 57개 회원국이 97개국으로 늘었다.

급증하는 세계 인프라 수요 덕분에 일대일로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24~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은 지난 5년 사업 평가 및 향후 방향 수립에 초점을 맞췄다. 37개국 정상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해 일대일로의 높아진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 측 인사와 연구기관들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초대됐다. 심지어 비회원국인 미국의 기업, 학계 인사들도 참여한다.

주요 20개국(G20)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2조3000억달러이던 세계 인프라 수요는 2016~2040년 총 94조달러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약 3조7000억달러의 거대 시장이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취임 후 200억달러에 달하는 세 개의 일대일로 협력사업을 취소했다가 얼마 전 사업 재개를 선언한 것도 자국의 인프라 수요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흥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전 세계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인프라 수요국이지만 2016~2040년 세계 10대 수요국 중 6개국은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호주, 독일 등 선진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은 인프라 신규 건설, 선진국은 낙후된 인프라 개보수에 대한 수요가 높다. 특히 전기와 도로 건설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전기, 도로, 통신, 물 등 인프라 건설에 관한 축적된 경험과 세계적 기술을 가진 우리가 민관 합작투자 형태로 참여할 여지가 많다. 기왕 기획재정부에 AIIB팀도 꾸렸으니 정부가 우리 금융기관·기업이 일대일로와 AIIB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기를 바란다. 일부 금융사가 AIIB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우리가 AIIB의 5대 지분국임을 감안하면 진출이 크게 확대돼야 한다.

지분에 걸맞은 AIIB 사무국 내 대표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자격미달 인사를 파견해 부총재직을 상실한 이후 이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국장급에 한 명의 한국인이 있을 뿐이다. 공직사회의 인재풀만으로는 버겁다.
넓게 찾아야 한다.

일대일로와 AIIB의 성장 속도 그리고 세계 인프라 시장은 장기적이고 거대한 시장임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강력한 관심과 의지, 경제팀의 적극적 정책지원 그리고 정치권의 입법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책연구기관도 더욱 진취적인 연구보고서를 생산해 주기 바란다.

kjsong@fnnews.com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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