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엄마 살해한 아버지, 재판 끝난 후 딸의 충격 증언

뉴스1

입력 2019.04.26 12:27

수정 2019.04.26 13:55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알코올 금단 증상으로 심신 미약 인정…심신 상실은 아냐"
유가족 심신미약 인정에 분통…"오랜 시간 가정폭력 행사"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환청이 들린다며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26일 오전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모씨(56)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 피해자와 자녀들에게 폭언, 폭행을 행사했고 사건 당일 또 다시 피해자를 폭행하다 잔혹하게 살해했다"면서 "이 사건을 목격한 피해자의 작은 딸은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다른 가족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리화하는 등 진정성 있는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용서를 구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있어 법의 준엄한 심판으로 그 행위에 준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안씨는 지난해 12월7일 서울 강서구의 자택에서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알코올중독성 치매증상을 보여온 안씨는 "아내를 죽여라"라는 환청이 들렸다고 진술했으며 법정에서는 사건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심신상실'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안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은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신감정을 담당한 법무부 치료감호소에 따르면 피고인은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으며, 범행 당시 알코올로 유발된 정신병적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피고인이 사건 이전 한두달 동안 귀신에 홀린사람처럼 허공을 멍하게 쳐다보거나 귀신과 대화하는 것처럼 행동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는 딸의 증언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으나 알코올 섭취 중단함에 따라 금단상태에서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 직후 흉기를 은닉하고 체포 당시 '내가 죄를 지었다'고 말하는 등을 종합해볼 때 심신상실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고가 이뤄지는동안 눈물을 흘리며 지켜본 피해자의 딸 A씨는 재판이 끝난 뒤 "(피고인에게)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가정폭력을 당해왔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땐 집에 없었고, 술을 먹으면 폭행을 행사했다"면서 "엄마는 우리가 보복을 당할까봐, 또 이혼가정에서 살게 하기 싫다는 이유로 끔찍한 폭력을 견디고 희생해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물론 심신미약이고 실제로 몸이 안 좋은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저질러 온 것이 있는데 병원에서 판정이 나왔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