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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반년간의 노란조끼 시위에 '감세' 약속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6 12:55

수정 2019.04.26 12:55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파리 엘리제궁에서 두주먹을 불끈 쥐며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파리 엘리제궁에서 두주먹을 불끈 쥐며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를 달래기 위해 대규모 감세를 포함한 개혁안을 제시했다.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해 약 2개월간의 대토론을 진행했던 그는 토론으로 "많이 배웠다"면서도 자신이 취임 후 진행했던 기존 개혁안은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BC등 외신들에 따르면 그는 25일(현지시간) 파리 대통령궁에서 대국민 TV 담화를 통해 앞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담화는 애초에 1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연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2시간 30분짜리 담화에서 "나는 프랑스 국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깊이 통감했으며 답을 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출 및 조세 감면 축소로 50억유로(약 6조4619억원) 규모의 소득세를 줄이고 수령액 월 2000유로 이하 연금 수령자의 연금을 물가상승률에 맞춰 인상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교외 지역의 생활 향상을 위해 지역 시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정부를 분권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유권자들의 의견 반영을 확대하기 위해 의회 내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고 국민투표 개최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의 엘리트주의를 타파할 목적으로 프랑스의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중 공무원 양성에 특화된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지하고 새로운 고위 공무원 양성 체계를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롱 대통령 본인 역시 ENA 출신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노란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친기업, 친환경 같은 자신의 기본적인 정책 노선은 유지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세 인하에 대해 "나는 우리가 더 많이 일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프랑스는 이웃 나라들보다 덜 일한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논란이 된 부유세(ISF) 복구도 지난해 말에 이어 재차 거부했다. ISF는 지난 1980년대 사회당 정부 당시 도입된 세제로 보유 자산이 130만유로가 넘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마크롱 정부는 해당 제도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방해가 된다고 보고 과세 대상을 부동산으로 줄여 부동산자산세(IFI)로 재편했으나 '부자 정권'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BBC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담화로 노란조끼 시위대가 아닌 프랑스 국민 전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노란조끼 시위대는 마크롱 정부가 지난해 환경 보호 명목으로 유류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대도시 중심 행정에서 소외된 지방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이다.
시위는 지난해 말에 파리에서 정점을 이뤘고 지금까지 23회의 토요 시위가 벌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자신이 취임 후 2년간 진행한 시장친화적인 개혁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더욱 추구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22년 대선에 재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임기의 성공을 위해 "맹렬하고 열정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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