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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국회법보다 국민이 우선이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8 16:58

수정 2019.04.28 16:58

[윤중로] 국회법보다 국민이 우선이다

권력쟁탈이 제1의 목표인 각 정당이 포진한 정치권은 언제나 쟁점현안을 놓고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결코 2등은 필요없는' 한국 정치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집권여당과 야당의 권력 체감지수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절대강자의 우세만이 득실거리는 한국 정치권에서 '법'(法)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 구현'이라는 '정치적 알고리즘'이다. 지난 26일 국회 본청에선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등이 선거법,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시도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망치와 쇠지렛대까지 등장했다.
여야 간 격한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입원했고, 바른정당 측의 사보임 요청서를 병상 결재하기도 했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고, 급기야 강제추행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그날의 한국 국회는 정말 '후졌다'.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더욱 심해졌고,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국회 파행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됐다.

여야는 서로 '정치적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의회 다수당과 의석수 확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민주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의안과를 점거하는 등 회의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여권은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 등에 의한 국회의사당 점거에 대한 정당방위로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됐다고 반박한다. 경호권이 발동된 것은 1986년 이후 33년 만이다.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사무실을 점거, 정상적 업무를 이행할 수 없게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또 국회사무처는 바른정당의 사개특위 위원의 사보임 요청을 문 의장이 재가한 것은 적법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2005년부터 도입된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백혜련(민주), 채이배(바른미래) 의원의 공수처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온라인 접수도 적법한 절차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결국 여당은 국회법 등 명시적 규정을 근거 삼고, 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정치적 정당성 등을 앞세워 맞서는 형국이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 근저에는 '내년 총선의 셈법'이 똬리를 틀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에 합류되면 내년 총선은 여야 4당의 나눠먹기식 의석수 잔치가 될 것으로 여긴다.

권력 쟁취가 제1의 목표인 정당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벼랑끝 대치는 결국 국민 피해만 양산하게 된다.
여야 모두 '법'을 외치기보다는 격한 대치 때마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구현'을 해달라는 '국민정서법'의 취지를 다시한 번 되새김질하길 바란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법을 따지기 전에 넓은 아량과 배포를, 한국당은 투쟁 일변도보다는 민생을 위한 생산적 정치를 유념해달라.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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