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염주영 칼럼] "미세먼지? 너나 잘 하세요"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9 17:02

수정 2019.04.29 17:02

내집 청소는 엉망이면서 남의 집 더럽다고 해서야
한·중 공동 협력으로 풀길
[염주영 칼럼] "미세먼지? 너나 잘 하세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달 초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중국 방문을 추진했다. 중국은 우리 국회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한마디로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국회가 외교망신을 자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TV로 보도되는 위성사진들을 보면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건너오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중국에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왜 당연한 요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요구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나는 중국에 책임을 추궁하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양국 간 협력의 틀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미세먼지는 한·중 양국의 공동책임이다. 중국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중국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는 인재와 자연재해 측면이 공존한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중국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인재다. 그러나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과정은 바람의 영향이다. 이 부분은 자연재해로 봐야 한다. 중국이 고의로 우리 쪽에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해자인 것도 맞고, 중국이 원인 제공자인 것도 맞다. 하지만 중국을 직접적인 가해자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공동 책임은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 대상이 자연재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우리 몫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지난 겨울에는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했다. 오죽하면 미세먼지 지옥이라고 했을까. 그것을 생각하면 국회 환노위원들의 절박한 심정에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이들이 갔어야 할 곳은 중국이 아니라 전남 여수였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수산업단지 입주업체들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해오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적발 건수가 235개 사업장에 무려 1만3000여회나 된다. 적발된 업체에는 LG화학이나 한화케미칼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배출량 기록부만 들춰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4년 동안이나 몰랐다니 놀랄 일이다. 모른 것이 아니라 사실상 묵인해온 셈이다. 우리는 이렇게 하면서 중국에 무슨 요구를 한다는 말인가.

질소산화물 관리 실태는 더욱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감사원은 우리나라의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50만t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환경부가 관리하는 부분은 겨우 20만t에 불과하다. 나머지 30만t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 원인물질 가운데 단연 주범으로 꼽힌다. 스모그, 산성비, 호흡기장애 등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우리가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중국은 콧방귀를 뀌었다. 여수산단의 미세먼지 집단배출조작 사건을 보니 중국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 집 청소는 엉망으로 하면서 남의 집 더럽다고 외쳐온 격이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협력을 얻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 몫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미세먼지를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중국에는 제대로 관리하라고 해본들 먹히지 않는다. 우리 책임을 완수하면서 중국에도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구멍 뚫린 우리 미세먼지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미세먼지는 한·중 공동 책임이다.


우리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중국을 들먹였다. 중국인들은 그때마다 속으로 이런 말을 되뇌지 않았을까. "우리한테 손가락질 하기 전에 너나 잘 하세요."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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