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택배기사 급여 '높을 수도, 아닐 수도'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9 17:05

수정 2019.04.29 17:05

[기자수첩] 택배기사 급여 '높을 수도, 아닐 수도'

최근 CJ대한통운에서 택배기사의 연봉을 공개했다. 지난해 소속 택배기사 평균 연 소득은 6937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평균 578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근로자들의 월 임금총액인 302만8000원과 비교하면 매우 높아 보인다.

택배기사는 고소득 근로자가 맞을까?

우선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 택배기사는 각자 개인사업자로 등록된다. 업무를 하며 드는 비용을 모두 자신이 지불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 역시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여서 계약사항과 배송구역별로 비용에 차이가 있는 만큼 공제 비율을 동일하게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유류비, 통신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실제 순소득은 5200만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을 제한 금액이 월 433만원, 여전히 높아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복수의 택배기사들은 통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택배기사는 "세금과 유류비를 제외하고 재고 분실이나 파손으로 물어내는 비용도 상당하다"며 "차량 구매 비용과 차량 수리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실소득은 이보다 20% 낮은 정도"라고 지적했다.

업무 환경도 열악하다. 지난해 11월 택배기사들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해 10월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는 하차 작업을 하던 택배 기사가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숨졌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서울지역 택배기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은 '택배업 현황과 택배기사의 노동실태'에 따르면 택배기사 56.8%는 고객들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행을 당한 비율도 6.1%에 달했다. 또한 이들은 격무에 시달린다.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평균 택배 단가는 2229원이다. 이 중 700~800원가량이 택배기사에게 돌아간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7년 만에 상자당 평균 택배요금을 100원 올리기로 했다.
택배기사와 택배사의 떨어진 수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다.

급여가 높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들의 현실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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