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갤럭시 폴드, 늦을수록 좋다


올 초 세계 전역을 통틀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폴더블폰이다. 외신들은 한국 시장을 주목했다. 한국은 이미 5G 세계 최초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급변하는 업계에서 속도전은 필요악이다. 특히 새로운 시장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은 시장을 선점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폴더블폰 역시 세계 최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화면을 접고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저 신기한 제품일까. 산업적으로 보기엔 의미가 남다르다. 폴더블폰 시장이 열리면 우선 디스플레이 업체가 수혜를 본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은 구부러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팔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큰 화면만 파는 게 아니라 성질이 다른 제품을 팔아서다. 주변 부품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화면을 구부리려면 경첩(힌지)을 달아야 한다. 경첩은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존재감이 잊혀진 부위다. 구브러진 화면이 등장하면서 정교한 경첩 역시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 간접적으로 콘텐츠 업체도 수혜를 보게 된다. 큰 화면을 쓰는 사용자일수록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의 세계 최초 다툼은 지난해부터 특히 치열해졌다. 상위 5위 안에 드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을 벌였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은 중국 제조업체인 '로욜'이 가져갔다. 지난해 로욜이 선보인 폴더블폰 '플렉스 파이'는 화면을 바깥으로 접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로욜의 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역풍을 맞았다. 접었다 펴면 화면이 우글쭈글해지고 딱히 실용성도 없다는 이유다. 로욜 측도 상용화를 염두에 두지는 않아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츰 잊혀졌다.

이제 폴더블폴 주도권 경쟁은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 중심에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삼성은 3차례나 갤럭시폴드를 무대에서 공개했다. 안쪽에서 펼친 화면에 앱을 여러 개 띄울 수 있는 사용자환경(UI) 등은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역시 "갤럭시폴드 UI를 만들기 위해 1년간 끈질기게 구글을 설득해왔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상황이 급반전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 출시를 앞두고 미국 언론에 리뷰용 제품을 돌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리뷰했던 기자들 사이에서 내구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선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다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갤럭시폴드는 제품을 시장에 정식 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갤럭시노트7과 같은 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러다 폴더블폰 상용화 시기마저 외산 업체가 가져가는 게 아닐까. 다만 굳이 속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업계에선 폴더블폰이 대중화하려면 약 5년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가격 부담이 큰 데다 관련 콘텐츠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럽엔 천천히 서두르라(festina lente)는 표현이 있다.
중세시대 연금술을 익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던 말이다. 연금술은 끝내 실패했지만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만하다. 폴더블폰은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는 세계 최초보다는 완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ksh@fnnews.com 김성환 정보미디어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