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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기자도 혹한 분양형 호텔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9 17:05

수정 2019.04.29 17:05

[기자수첩] 부동산 기자도 혹한 분양형 호텔

3년 전 금융부 출입 당시 은행에서 투자성향 테스트를 받았다. 가장 보수적인 '초 안정형' 등급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독자와 투자자에게 유용한 재테크 기사를 쓰면서도 정작 투자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공짜 점심은 없다' 더불어 '공짜 수익은 없다'고 철석 같이 믿는 기자도 작년에 한 번 부동산 투자를 고민했던 적이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역과 양재역 인근 부동산 취재를 마치고 이동하는 길이었다. 할머니 한 분이 기자를 붙잡아 세우고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잠깐만 설명을 들으면 된다고 했다. 입구부터 휘황찬란했던 그 건물은 한 분양형 호텔의 투자를 권유하는 견본주택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친절하고 수려한 외모의 직원이 차를 권했다. 물 한잔을 청하고 자리에 앉자 신뢰감이 가는 한 과장님이 설명을 시작했다. 8000만원 정도를 투자하면 매달 40만~50만원의 임대수익을 5년간 확정해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동해와 인근한 양양에 들어서는 분양형 호텔로 임대수익은 물론, 1년에 보름 정도는 가족과 공짜로 숙박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기자임을 숨기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자 담당자는 "고객님의 식견에 감탄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더 안쪽의 상담부스로 기자를 안내했다.

믿을 만해 보이는 부장님이 설명을 이어갔다. 5년 넘게 기자를 하며 정치인,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부장님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달변가였다. 양양에 뚫린 신규 고속도로며 분양형 호텔이 들어서는 입지, 개발 호재 등을 청산유수로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 톱 건설사 브랜드가 짓는 건물이라며 강조했다. 본인도 기자지만 분양형 호텔에 대한 뉴스자료 화면을 보여줄 때는 없는 돈이라도 빌려서 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나와 부장님이 설명했던 대형 건설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해당 분양형 호텔은 추진 중인 사업이 아니었다. 이름은 비슷했지만 대형건설사에서 분사한 전혀 다른 회사였다.

정치인은 선거에 나갈 때 본인이 떨어질 거라는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사기 피해자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모른다.
수많은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이 지금도 눈앞의 달콤한 수익률에 눈이 흐려지고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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