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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군대에서 배우는 인생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30 17:22

수정 2019.04.30 17:22

[여의나루] 군대에서 배우는 인생

사랑하는 아들에게. 신병교육을 받기 위해 입대한 지가 어느덧 한 달이 지났구나. 익숙하지 않은 생활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군대란 남자에게 지금까지 살던 세계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훈련기간을 포함해 군 생활 동안 배우는 인내와 책임감, 협동심 그리고 준법정신은 그동안 보호만 받고 자라오던 소년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청년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된다고 본다.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코 인생의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나태와 무책임했던 과거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너의 인생에서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버지가 군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간략하게 들려줄테니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기 바란다.


첫째, 어떤 일이든지 쉽게 포기하지 마라. '구보'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포기하고 열외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너뿐만 아니라 많은 동기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뛰다 보면 어느 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인생도 그런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둘째, 인내의 결과는 그 이상의 기쁨을 가져다준다. '화생방실'에 들어가면 누구나 난생 처음 경험하는 참기 어려운 고통에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꾹 참고 밖으로 나갔을 때는 신선한 공기와 함께 무엇인가 해냈다는 자신감이 밀려온다. 평소 무관심했던 공기의 소중함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똑같다. 인내의 기쁨은 고통에 비례해, 어떤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초과해 주어진단다.

셋째, 모든 일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격'을 하면서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실탄을 써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목표를 겨냥하고 발사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집중을 하는 순간에는 조금 힘들지 몰라도 남들보다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훨씬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작은 노력이 나이 들어서 하는 많은 노력보다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넷째, 항상 성실하고 타인을 배려해라.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관계'다. 훈련소 내무반이나 소대원들과의 좋은 인간관계는 힘든 군대생활에서 활력소가 될 것이고 앞으로 새로 배치받는 부대원들과의 좋은 인간관계 역시 너에게 행복한 군 생활을 제공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학교동창, 군대동기,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너의 스승이자 친구가 될 것이다. 항상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고 배려해라, 상대방도 그런 너의 마음을 알 것이고 그리하면 너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라. 군 생활 동안 세상과 단절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때론 후회스럽고 때론 부끄럽기까지 할 것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굳은 각오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을 기억해라. 살아가면서 매순간 지금의 각오를 기억하면서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시 잡기를 바란다.
누구든지 느끼기는 쉽지만 그것을 지키기는 어려운 법이다.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법이란다.
병역의무를 기꺼이 이행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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