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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 충격, 이전보다 약할 것"…한국, 100달러 유가 수혜국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1 14:18

수정 2019.05.01 14:19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은 이전에 비해 훨씬 약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유가 상승이 공급 감소 우려 외에도 미국과 유럽 경제 호조에 따른 수요확대에 배경이 있는데다 석유공급 부족분을 메워줄 미 셰일석유가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과 달리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가 고유가에 내성이 생기지는 않았으며 배럴당 100달러 유가 충격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도 여전하다.

■ 유가 오르지만 시장은 평온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2010년 이후 석유시장이 변화를 겪어 고유가에 따른 세계 경제 붕괴 우려는 크게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유가 급등 때마다 매번 붕괴를 겪었다.

그렇지만 지난해 말 이후 5개월만에 국제유가가 45% 급등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주 이란 석유금수를 오는 3일부터 예외없이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브렌트 유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지만 시장은 평온하다.

뉴욕증시는 사상최고치까지 갈아치웠다.

■ 미·유럽 성장과 석유시장 구조변화

시장이 평온한 이유는 크게 2가지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해석하고 있다.

우선 유가 상승 배경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리비아 불안, 베네수엘라와 이란 경제제재 등 석유공급 감소 우려만이 배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 유럽 성장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해석이다. 크게 둔화됐을 예상됐던 미국과 유럽의 1·4분기 성장률은 우려와 달리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주 미 성장률이 연율기준 3.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데 이어 이날 발표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성장률은 전분기의 2배인 0.4%였다.

유가가 뛰어도 그 충격을 상쇄할만큼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2010년 이후 석유시장의 구조변화도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석유 생산비용이 낮아졌고, 미 셰일석유 생산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공급충격은 그 폭도 작고 기간도 줄어들 것임을 뜻한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닉 버틀러 교환교수는 “과거에 봤던 것과 같은 식의 유가 급등이 나타나려면 매우 큰 충격...주요 산유국들의 길고, 지속적인 산유량 감소가 있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 70달러 유가, 40년전과 거의 같은 수준

버틀러 교수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석유 부족분은 미 셰일석유나 재정수입 확대에 혈안이 된 러시아, OPEC 등의 증산으로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덕분에 불과 5년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 같은 주요 산유국의 생산차질은 순식간에 유가를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겠지만 지금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5년전 유가에 비해 50% 낮은 수준으로 40년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론도 여전하다. 유가 급등은 취약한 세계경제 회복세에 위협이 될 것으로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너지 정책 자문을 했던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교수는 좀 더 멀리 보면 유가는 지금보다 더 놓고 변동성도 높아질 수 있다면서 미 셰일석유가 영원히 새로운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도 없을 뿐더러 유가가 오를 때마다 셰일석유 증산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 “충격 하나만 더해지면 유가 100달러”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나이지리아 지정학적 불안 등 석유공급에 한가지 충격만 더해지면 유가는 일시적일수도 있지만 곧바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유가가 100달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경고다.

옥스퍼드는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말까지 0.6% 둔화되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2011년 이후 가장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국가별로 유가 급등의 충격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존, 미국 등은 100달러 유가 상황에서도 이전에 비해 덜 취약해졌지만 터키,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등 석유수입 신흥시장들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경우 이전에 비해 세계 공급망에 훨씬 더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이전보다 더 커진 것으로 우려됐다.


다만 세계 경제 전체로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에너지 효율 제고, 석유의존도가 낮은 서비스업 등으로 무게 중심 이동 등 여려 요인들로 인해 그 충격이 예전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옥스퍼드 분석에서는 특이하게도 100달러 유가가 성장률에 보탬이 되는 나라 가운데 비산유국으로는 한국이 포함됐다.
100달러 유가가 한국 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북유럽의 대표적인 산유국인 노르웨이보다 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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