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주택가 동네시장의 '짭짤한 쿠폰' 이사가도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1 16:54

수정 2019.05.01 16:54

서울 중곡제일시장
점포서 1만원당 쿠폰 1매 증정..쿠폰 150장은 현금 1만5천원
쿠폰 시작 석달만에 매출 30%↑
서울 중곡제일시장서 지난해 열린 '도깨비 야시장' 전경. 중곡제일시장 제공
서울 중곡제일시장서 지난해 열린 '도깨비 야시장' 전경. 중곡제일시장 제공

"딴 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자주 오질 못 하네.", "그러게요 어머님, 요새 자주 못 뵀네요. 오랜만에 오셨으니 서비스 좀 드릴게요!"

수산물 가게를 오랜만에 들린 60대 여성은 아쉬운 듯 말을 건네고, 가게 직원은 이내 반가운 듯 아는 척을 하며 물건을 건넨다. 수산물 가게를 지나가다 듣게 된 손님과 가게 직원의 대화였다. 서울 중곡동에 위치한 중곡제일시장은 주택가에 위치한, 말 그대로 '동네 시장'이다. 층시장 입구가 대로변에 있지 않아 지역에 처음 오는 이들이라면 이곳에 전통시장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곡제일시장은 지역 맞춤형 마케팅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올 1월까지 문화관광형 지원사업에 선발되며 중흥기를 맞이했다.


■"쿠폰으로 성공한 유일한 전통시장"

중곡제일시장을 찾고 가장 신기한 것은 고객들이 쉼 없이 협동조합 사무실을 찾는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작은 종이 뭉치를 들고 찾아와 조합 사무실에서 무엇을 교환해 갔다.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류정래 이사장은 "우리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이 쿠폰"이라며 "전국 전통시장 중에 쿠폰으로 성공한 게 우리밖에 없다. 전국에서 벤치마킹 중"이라고 자랑했다.

쿠폰 유통 구조는 다른 마트와 비슷한 듯 다르다. 우선 협동조합은 각 점포에 100원짜리 배포용 쿠폰을 120원에 판다. 점포는 1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쿠폰 한 장을 준다. 배포용 쿠폰 100장을 모은 고객들은 매주 금요일 조합 사무실에 와서 구매용 쿠폰으로 교환한다. 여기서 조합은 배포용 쿠폰 100장을 구매용 쿠폰 150장으로 교환해준다. 조합에서 5000원을 얹어주는 셈이다. 고객은 점포에서 구매용 쿠폰 150장을 현금 1만5000원처럼 사용한다.

쿠폰은 구매금액의 1%에서 1.5%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고객들이 다른 마트의 적립 시스템 보다 시장의 쿠폰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게 시장측의 설명이다. 쿠폰 유통은 게릴라 할인 이벤트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고객들에게 할인 이벤트를 공지한다. 장소를 정해 조합 직원들이 시장의 1~2가지 물품을 모아 판매한다.

예를 들어, '5월3일 오후 2시부터, 삼겹살 1근(600g)에 1만6000원에 판매합니다. 한정수량 180근, 한 사람에 1근만. 1근 구매 시 쿠폰 30장 지급'이라고 공지를 한다. 중곡제일시장 밴드에 가입돼 있는 이들은 1300명, 문자서비스를 신청한 이들은 7500명. 이들에게 공지하면 물건은 20~30분만에 동이 난다.

실제로 시장에 만난 50대 주부는 "문자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꾸준히 할인가격 공지가 온다"며 "지역의 다른 마트와 비교하며 저렴할 경우 서둘러 와서 사게 된다"고 전했다. 지역주민들에게 단골장사를 하는 동네시장으로서의 포지셔닝을 극대화한 것이다.

류 이사장은 "쿠폰 시작 2~3달 만에 반응이 왔다. 매주 금요일마다 쿠폰을 바꿔주는데 매주 50명씩, 명절에는 120명 넘게 온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1년에 배포용 쿠폰 1억원 어치를 팔았다. 덕분에 점포 당 하루 매출은 10만~20만원이 올랐고, 야채·과일·정육 등 1차 신선식품 점포 등은 매출 3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외 지역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해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대공원에 부스를 차리고 식혜와 닭꼬치 등을 팔았다.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쳐, 삐에로 행사 등과 함께 진행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중랑천 둔치에서 가을 마다 열리는 간뎃골 축제에도 함께 한다.

주택가 동네시장의 '짭짤한 쿠폰' 이사가도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경기 너무 안 좋아‥ 장기적 준비

시장 상인과 협동조합이 노력했지만 올해는 너무 힘들다고 한다. 류 이사장은 "매출이 잘 나오던 2017~2018년에 비하면 매출이 30%가 떨어졌다"며 "매출이 떨어지면서 협동조합 기금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벤트 할 여유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평일엔 2만명, 주말엔 3만명 하던 방문객 숫자도 크게 줄기 시작했다.

중곡제일시장은 올해가 보릿고개다. 그동안 모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실탄(기금)을 쌓고, 내년 구정을 기점으로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올해 새롭게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 '야시장'이다. 지난해는 외부 상인들이 중심으로 운영하며 매대 10개를 주말에만 운영했다. 그러나 올해는 매대를 점심시간 대부터 저녁까지 매일 운영한다.
운영도 외부인 보다는 시장 내부 상인들을 중심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극한기나 극서기를 제외하고 '오픈런(Open run)'하는 것이다.


한 상인은 "작년에는 외부인 중심이라 그런지 메뉴도 다양하지 않았고 시장과 시너지가 잘 나지 않았다"며 "올해는 우리 시장에서 우리가 야시장 매대를 운영하는 거니깐 관리가 더 잘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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