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곤두박질친 공공기관은 부지기수다. 가장 심각한 곳은 에너지 공기업들이다. 2016년 7조여원, 2017년 1조원 훨씬 넘는 순이익을 냈던 한전은 지난해 1조여원대 순손실로 돌아섰고, 서부발전 등 자회사들의 수지도 악화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2017년 3685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조8954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원전을 줄이고 경제성이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탈원전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케어'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격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 정책의 '총대'를 멘 여타 공기업들의 적자 폭도 커졌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의 뒷감당을 공기업에 떠넘긴 게 근본 요인이다. 이명박정부 때도 수자원공사와 LH가 4대강 개발과 서민용 보금자리 주택을 떠맡느라 큰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박근혜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면서 흑자 기조가 정착되는가 했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 달 만에 성과연봉제는 폐지하고, 인기영합 색채가 짙은 정책을 밀어붙였으니 공기업들이 견딜 재간이 있겠는가.
공공기관의 부실을 방치해선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적자 폭이 커지면 당장 공공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건강보험료나 전기료 등을 올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나중에 세금으로 메우려 하는 건 국민, 특히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격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속가능성이 없는 포퓰리즘 정책에 공기업을 앞세우는 구태와 결별하거나, 시장형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