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토부 '제재'에 근로자만 피해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2 16:55

수정 2019.05.02 16:55

[기자수첩] 국토부 '제재'에 근로자만 피해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진에어에서 일하는 임직원 1898명의 앞날도 어둡기 그지없다. 2일 국토부는 한·중 운수권 배분에서도 진에어를 배제했다. 이 항공사는 한·중 운수권 배분 결정에 앞서 운항 계획과 강점을 소개하는 최종 설명회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2월 몽골, 싱가포르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됐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노선은 국내 항공여객의 수요가 가장 많은 알짜노선(전체의 25.3%)이다.
일본, 동남아 등 대부분 인기 노선을 취항한 국내 LCC 입장에선 이번 운수권 배분이 향후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LCC 2위였던 진에어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토부가 진에어에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이란 족쇄를 채운 건 지난해 8월 17일부터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의 등기이사는 한국인이어야 하지만, 미국인 조현민 전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등재했다는 게 제재의 이유다. 하지만 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등기이사로 등재하도록 둔 국토부 공무원들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당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던 담당공무원 3명은 경고만 받았다. 경고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실제 이들 해당 공무원 중 1명은 경고를 받은 지 한달여 만에 승진했고, 2명은 해외근무 중이다.

지난해 8월 17일 시작된 제재는 이날까지 벌써 259일째다. 진에어는 이번 제재가 '일정기간'으로 명시돼 기약이 없다는 '불확실성'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결국 문을 닫아야 제재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번 중국 노선에서까지 불이익을 받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 회사 임직원과 투자자들이 보고 있다. 보다 못한 이 회사 노조가 국토부에 제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그래서다.
제재의 원인 제공자는 오너일가와 공무원이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이 회사 근로자들이다. 재벌가의 '물컵갑질'과 정부의 '제재갑질', 두 갑질 중 어떤 갑질이 더한지 겨룰 요량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제재를 푸는 게 옳지 않을까.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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