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대통령의 삼성 공장 방문에 대한 아쉬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삼성전자의 국내공장을 처음으로 방문해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격려성 방문과 지원 약속은 최근 급격한 실적부진을 경험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이고, 경제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의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지난 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한 상황에서 민간투자 활성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을 실천한 모습으로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의 삼성공장 방문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대통령이 언급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자칫 통상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와 팹리스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다소 구체적인 비전까지 제시했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를 언급할 때는 삼성전자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런데 반도체 분야는 미국, 중국, 대만 등 국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자국기업 지원에 대해 외국 정부와 기업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이 미·중 통상분쟁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지원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중국 정부가 WTO의 보조금협정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사실상 정부와 뜻을 같이하는 국영기업 등을 활용해서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불법적인 산업보조금을 지급해왔다는 강한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16년 3월에는 미국 정부 등에서 중국의 반도체 펀드에 대해 WTO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과거 하이닉스반도체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자금 지원을 받았다가 미국, EU, 일본 정부로부터 거의 8년간 상계관세를 부과받은 적이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일본의 제소에 대응했듯이 부당한 제소에 대해 당당히 맞서야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서 통상분쟁을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낮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거침없이 보호무역에 대한 주장을 쏟아내더라도, 2018년 대외의존도가 86.8%인 한국의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선두기업인 삼성전자 국내공장을 방문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지원을 약속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최근 실적이 악화되었더라도 삼성전자는 2018년 아람코, 애플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130조원 투자를 계획할 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즉, 정부의 지원 발표나 격려가 필요한 기업은 아니다.

기왕 정부에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의사를 표명하려고 했다면 대통령이 두 명의 부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산업부 장관과 같이 삼성전자 국내공장을 방문하는 대신 파운드리와 팹리스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을 방문했으면 어떠했을까? 비록 대통령의 행보가 이번보다 화려해 보이지는 못했더라도 삼성전자 뒤에 가려진 그 기업들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부의 혁신성장 지원정책이 또 다른 주요 국정과제인 포용적 정책으로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