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구보PD, 어퍼컷 당하다!


전직 드라마 PD 구보씨는 요즘 인터넷에 빠져 산다. 그는 난생 처음 댓글까지 달아봤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비난 댓글들이 줄줄 달려 올라왔다. 참다 못한 구보씨는 "틀딱씨, 발 닦고 잠이나 자슈"라고 쏘아대곤 나와 버렸다. 그때 누가 아파트 문을 두드렸다. 구보씨는 댓글러라도 찾아왔나 싶어 달려가 문을 열었다. 현관 앞에는 사람 아닌 군만두가 서 있었다.

"구보 선생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소파에 앉자마자 '한국 만두 권익투쟁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구 선생!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구보씨 생전에 처음 들어보는 비난이었다.

"선생은 왜 중국집에 가면 늘 군만두는 서비스로 달라고 합니까. 우리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왜 우동, 짜장, 탕수육은 서비스가 아니고, 맨날 우리 만두만 서비스로 나가야 됩니까?"

그의 저돌적인 공격에 구보씨는 반격을 할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군만두를 서비스로 많이도 얻어먹었다. 그자는 더 자신감을 얻었는지 만두 탄생 역사나 제대로 알고 그러느냐고 목소릴 높였다. 만두광인 구보씨는 그 점은 잘 알고 있었다. '촉나라 제상 제갈공명께서 남만(南蠻)을 정벌하고 돌아올 때 강에 큰 풍랑이 일어 못 건너자 사람 머리 49두를 바쳐야 한다는 말에 부하를 죽일 수는 없어 밀가루에 돼지고기, 양고기를 사람 머리 모양으로 만들어 던지자 풍랑이 잦아들어 무사히….'

그렇게 잘 아는 분이 우리 만두를 폄하하고 다니냐며 앞으로도 '서비스'란 말을 꺼낼 거냐고 다그쳤다. 구보씨는 엉겁결에 "중국집 주인이 알아서 주니…"라고 했다가, 고객이 왕인 시대에 고객 갑질을 을이 무슨 수로 당하느냐는 반격에 또 유구무언이 되고 말았다. 위원장이란 자는 앞으로 똑바로 처신하라는 말을 남긴 후 성큼 성큼 현관을 나갔다. 마침 다음 날 구보씨는 단골 중국집에서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그는 입구에 들어서면서 친한 주인장을 향해 소리쳤다. '주인장, 군만두 만원짜리 한 접시 먼저 주슈!'

그날 밤, 또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구보씨는 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구보 선생, 어제 군만두위원장 다녀갔죠? 저는 '대한민국 짬뽕 자존심세우기 연합회장'입니다." 구보씨는 또 뭐가 문제냐고 짜증이 나서 물었다. "지금 몰라서 묻습니까? 선생 눈엔 우리 짬뽕이 그렇게 우습나요? 선생은 주위 사람들이 조금만 잘못하면 꼭 웃기는 짬뽕, 웃기는 짬뽕 하잖소. 아니 왜 하고 많은 음식 중에 유독 우리만 웃기는 놈 프레임을 씌워 개차반을 만드나요. 도대체 그 저의가 뭡니까?" 구보씨는 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는 구보씨 얼굴에 짬뽕 국물이라도 뿌리듯 따발총을 쏘았다.


"지금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프레임 전쟁하는 줄은 알아요. 틀딱! 좌빨! 수꼴! 메갈녀! 한남충! 토착왜구! 아니 그런 덮어씌우기 싸움질은 잘난 인간들끼리 할 것이지, 왜 죄 없는 우리 짬뽕까지 끌어들여 희생양으로 만듭니까! 선생을 틀딱이라 덮어씌우면 좋으시죠? 어디 대답 한번 해보세요!" 구보씨는 어젯밤보다 더 넋이 나가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계속 지켜보겠다는 소리와 함께 쾅 하고 문이 닫혔다. 그때서야 구보씨는 정신이 번쩍 들어 손으로 자신의 턱주가리를 쓰다듬었다.

이응진 한국드라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