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대립의 정치, 외면받는 중도층


2년 전 문재인정부 집권 초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숨만 푹푹 쉬었다.

당시 한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상대방의 실수가 있어야 우리가 클 텐데…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높으면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네가 망해야 내가 뜬다'는, 발목 잡기식 정치가 거대 양당제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취임 2년을 앞두고 최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그래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는 것에 안도감을 표하며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제1야당은 당 지도부가 나서 '종북몰이'와 '대안없는 독설'로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 원내 제1당과 제2당의 현실이다. 이들은 중도층을 외면한 채 각자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도층이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하는 현실만 고착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도층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만 해도 극우 세력이 야금야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경제침체에 난민 문제까지 얽혀 민생에 타격을 받은 국민들이 극단으로 분열된 탓이다. 당장 이달 말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중도파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입되는 변수에 차이는 있지만,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이 파악하는 현 지지율 추이는 대체로 일치한다.

민주당 지지율은 35% 내외, 한국당은 25% 안팎. 나머지 정당 지지율을 제외해도 중도층 규모가 20~25%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외연확장을 위해 중도층은 필수적 공략 대상이다. 그러나 당장 큰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양당의 전략은 선명하다. 아직 중도층은 필요없다는게 전략의 기본이다.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누가 더 중도층으로부터 외면당할지 경쟁하듯 거대 양당은 '독한 말'로 대립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도층 여론은 또다시 종속변수로 전락되고 말았다. 거대 양당 틀에 묶여 강요된 선택지에서 고민해야 하는, 수동적 입장만 강요받는 게 중도층의 현실이다.

그동안 주요 고비마다 한국 정치사에선 제3당이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바른미래당도 이런 범주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오래다.

중도개혁 정당을 외친 바른미래당은 진보와 보수가 엉키면서 분란을 겪어야 관심 받는 패턴에 빠져버려 대안정당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스스로 '이기는 편 우리 편'이란 씁쓸한 위안을 해온 중도층은 더욱 마음을 둘 데가 없어진 셈이다.

양당 체제에 대한 불만에도 거대 양당은 보란듯이 중도층을 외면할 수 있는 것이다.

전통 지지층만 모인 대결의 장은 어디에도 하등의 도움이 안된다.
이념함몰의 반복과 민생뒷전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토끼 잡기 전략도 중요하겠지만 향후 외연확장 과정에서 거대 양당이 보이는 작금의 거친 행보는 그들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초당적 대응요소는 구분해 정쟁과 민생을 대응하는 '투트랙 정치'라도 해야 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