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가 찍은 사진이 왜 남의 돈벌이에"..SNS 퍼가기 주의보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7 17:31

수정 2019.09.19 18:20

출처 표기 없이 무단도용 증가..일부 상업용도로 버젓이 사용
국내법 저작물 인정범위 좁아..일상사진 사실상 무방비 노출
#.대학생 이모씨(25)는 최근 몇개월 전에 갔던 전시회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직접 찍어서 본인의 공개 SNS에 올렸던 행사장 사진들이 다른 전시회 홍보 영상에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비록 사람을 찍은 사진은 아니었지만 무단으로 내 SNS를 캡쳐해 상업적인 용도로 쓰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며 "최소한 출처는 표시해줬으면 이렇게 황당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왼쪽 사진은 한 디자인 업체의 홍보용 영상 속 한 장면. 이 장면이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사진과 일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보자 제공
왼쪽 사진은 한 디자인 업체의 홍보용 영상 속 한 장면. 이 장면이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사진과 일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보자 제공


■일상사진, 저작물로 인정되나

출처나 원작자 표기 없이 사진을 '퍼가는' SNS상 무단 도용이 날로 늘어 나지만 일상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7일 법조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드는 동시에 만든 이에게 생기는 권리다.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생긴다. 복제,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법원에서는 저작물을 인정하는 범위가 좁아 일상 사진의 경우 저작물로 인정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사진같은 경우 빛의 양이나 소품, 특별한 기법 등 창작성이 있어야 저작물로 인정된다. '누가 그 장소에 가더라도 비슷하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이면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작가 마이클 케냐가 "대한항공이 내 사진과 유사하게 아마추어 작가가 찍은 사진을 광고에 썼다"며 저작권 침해를 제기한 '솔섬 사진' 소송 사건에서 한국 법원은 대항항공 편을 들어줬다. "솔섬은 누가 촬영하더라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법률상담관은 "이씨 사례의 경우 저작권 침해로 해당 업체를 신고할 순 있지만 이씨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지난 2014년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대한항공 '솔섬' 광고(오른쪽)와 영국작가 마이클 케냐의 사진작품 fnDB
법원이 지난 2014년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대한항공 '솔섬' 광고(오른쪽)와 영국작가 마이클 케냐의 사진작품 fnDB

■"워터마크·SNS 공개설정 등 유의"

이 처럼 까다로운 저작물 인정 여부 때문에 사진 도용 문제는 창작자의 각별한 주의에 기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공유'와 '좋아요' 기능 등을 통해 사진이 널리 퍼져 공공재처럼 쓰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워터마크 삽입이나 콘텐츠산업진흥법 시행령에 따른 카피라이트 표기 등으로 저작물을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채움의 윤광훈 변호사는 "저작물이 어떤 용도로 도용당했는지는 저작권이 우선 성립하고 난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며 "법률전문가들도 콘텐츠산업진흥법을 더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 사례 같은 경우 창작자가 원치 않는다면 SNS 공개범위 설정을 좁게하는 등도 도용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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