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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국민연금 개혁, 국회가 나설 때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8 17:29

수정 2019.05.08 17:29

[fn논단]국민연금 개혁, 국회가 나설 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국민연금개혁과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가 3개월의 논의시한 연장에 실패했다. 2018년 8월 제4차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결과 발표 이후 가느다란 희망 줄 같았던 사회적 논의기구가 어처구니없이 종결된 것이다. 무력감에 빠진 경사노위의 책임을 논하기 이전에 연금개혁의 불꽃을 다시 살려나가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신인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2050년이 되면 40%를 넘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고령국가가 되고, 2067년에는 46.5% 수준을 넘어선다. 인구구조 변화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의 재정위기 가능성을 대부분 국민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여당, 야당 불문하고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재정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도 조심스러워한다. 경사노위에서 논란을 거듭했던 지난 6개월이 국회 입장에서는 논의 회피의 사유가 될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국민연금 개혁이 이렇게 표류하고 있는 것은 2057년 적립기금 고갈을 너무 먼 미래의 일로 인식하는 데 있다. 2019년 2월 말 현재 적립기금이 667조원이나 쌓여 있고, 2041년쯤까지 177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연금 문제를 안이한 판단으로 이끌게 한다. 더욱이 연금보험료를 더 인상해야 하는 연금개혁은 경제가 불황으로 빠져들어가는 형국에서는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더욱이 곤혹스럽다.

적립기금 없이 공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 복지국가의 경험으로 볼 때 기금고갈 자체가 연금위기는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특별히 심각한 인구구조에 있다. 평균수명은 유럽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출산율이다.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 국가의 합계출산율은 2.0에 가깝지만 우리나라는 2018년에 0.98로 떨어졌다. 적립기금 없이 국민연금을 잘 운영하려면 노년세대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든든한 근로세대가 있으면 된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든든한 근로세대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미래는 그렇지 못하다.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0% 이상으로 올려야 연금을 계속 지급할 수 있다. 더욱이 노년세대가 많아지면 국민연금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6.46%인 국민건강보험료율도 20% 수준으로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2018년 현재도 국내총생산(GDP)의 21.2%나 되는 조세부담률은 별도의 부담이다. 공적부담만 이 정도 돼서는 가계와 기업이 버텨나갈 재간이 없다.

세금이나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운영 원리상 미리 적립해 둘 수 없기 때문에 미래 부담을 앞서서 줄이기 어렵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은 현재의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면 미래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관건은 적립금이 가능한 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연금보험료율과 연금수급개시연령을 조기에 조정하는 것이다. 우리에 앞서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연금보험료율을 이미 18%에 근접하게 인상했다. 어려운 연금보험료율 인상을 1990년 이후 경제 장기침체 기간인 20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연금개혁을 하면 당장은 국민 부담이 늘어나지만, 닥쳐올 것이 명확한 더 큰 재정위기를 막고자 국민이 보험료율 인상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여야가 국민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국민연금 개혁법안을 만들 때가 왔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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