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신중하지 못했던 홍남기 부총리 발언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9 17:38

수정 2019.05.09 17:38

[기자수첩] 신중하지 못했던 홍남기 부총리 발언

지난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22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피지 난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독려하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아세안+3 역내 거시경제 조사기구인 암로(AMRO)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이 왔을 때 재정뿐 아니라 통화정책도 완화기조로 가야 한다는 권고는 있었다. AMRO 보고서도 역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경우에는 완화적 기조로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홍 부총리의 발언에 오류가 있음이 드러났다. 실제 AMRO 보고서는 현재 한국 재정정책이 '확장적',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정책권고 부문에서는 재정정책은 '더 확장적', 통화정책은 '현재 완화기조 유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인용을 정확하게 해서 IMF는 완화기조로 가야 하지만 AMRO의 경우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라고 했다면 홍 부총리 발언이 외부기관의 의견 전달로 끝나고 논란으로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을 부정확하게 인용하면서 홍 부총리가 스스로 논란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는 것이다.

홍 부총리가 스스로 만든 논란은 무엇일까. 먼저 부총리, 즉 정부가 독립성이 요구되는 한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어 전일(1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에 선을 긋는 간담회 직후 홍 부총리 발언이 나오면서 경제수장 간의 엇박자 논란을 키웠다. 또 홍 부총리 발언이 금리인하 시그널로 해석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원화 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정책당국 수장의 발언은 정제돼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말 한마디가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고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다.
한은은 하반기 경기가 부진할 경우 금리인하를 선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리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한은은 정부에 밀려 금리를 내린다는 오해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발언의 영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게 되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손해 또는 이득과 연결될 수도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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