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화장품 로드숍 위기, '상생'이 답


화장품 가맹점주들이 뿔났다. 로드숍이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본사가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2017년 로드숍 시장 규모는 2조290억원으로, 2016년(2조8110억원)에 정점을 찍은 후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시장 총매출액은 전년보다 15%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맹본부와 함께 가맹점은 K뷰티의 전성기를 이끈 파트너임에도 경영악화의 부담은 고스란히 점주들만 떠안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전국화장품가맹점주연합회가 제시한 화장품 5개사(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토니모리)의 가맹본부 매출액과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 추이를 보면,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은 2017년 4억1036만원으로 2011년 4억3018만원보다 줄어들었지만 가맹본부 매출액은 2011년 2조9436억3176만원에서 2017년 5조1653억5873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온라인몰 매출을 극대화시켜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본사가 직영 온라인몰이나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다른 대형 온라인몰을 통해 가맹점에는 공급하지 않는 인기제품을 팔거나,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화장품업종 가맹점주 피해사례 발표 및 현안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점주는 "본사가 헬스앤뷰티스토어에는 증정제품이 추가된 기획세트를 납품하면서 우리에게는 단품만 제공한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본사에서 출시하는 신제품을 위한 전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점주는 "화장품 특성상 써보고 구매를 해야 하니 고객들이 매장에 와서는 테스트만 해보고 구매는 온라인몰에서 한다"고 토로했다.

벼랑 끝에 몰린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 5개 화장품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은 전국화장품가맹점주연합회를 발족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화장품의 경우 이미지가 생명인데 본사와 가맹점주의 이전투구가 도움 될 리가 없다. 개별 가맹점주로서 본사와 협의를 했을 때 본사가 그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개별 점주들에게 가맹본부는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최대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가맹본부의 온라인 매출을 가맹점주의 수익으로 전환하는 상생프로그램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은 각 브랜드의 온라인 직영몰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고객의 구매금액이 해당 고객이 등록한 특정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로 귀속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실 온라인 매출 급증으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감소는 화장품업종뿐만 아니라 도소매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한국 화장품산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내수산업에 불과했다.
그러다 한류열풍과 더불어 우수한 우리 화장품의 품질이 널리 알려지면서 K뷰티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수출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K뷰티가 짧은 전성기를 뒤로하고 묻혀버리게 될까봐 걱정스럽다. '소탐대실'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화장품업체들이 가맹점주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프로그램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생활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