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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페북의 잇따른 잡음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0 17:21

수정 2019.05.10 19:45

[월드리포트] 페북의 잇따른 잡음

지난 1·4분기에 정기 사용자가 월평균 23억800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스타그램과 와츠앱까지 거느리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크다. 이 기업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사생활도 무시해도 된다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개인정보를 가볍게 취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막대한 광고수입을 벌 수 있었다.

페이스북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나타났다. 연설에 나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나는 우리가 사생활과 관련해 현재 좋지 않은 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인했지만 방청객은 웃지 않아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페이스북은 혐오적 표현과 온라인 괴롭힘을 막는 데 노력해왔다고 하지만 잇따라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까지 제한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사건을 비롯해 혐오 범죄가 발생하는 것에 예민해진 듯 페이스북은 팔로어가 많은 일부 인물들을 위험하다며 금지시켰다. 이 중에는 미국 흑인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잦은 유대인 비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네이션 오브 이슬람' 지도자 루이스 패러칸도 있지만 마일로 야노풀로스와 앨릭스 존스, 폴 조지프 왓슨 등 대부분이 보수 우익 성향의 인물들이어서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즉각 페이스북의 금지 소식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을 금지시킨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우리는 항상 이념을 초월해 폭력과 혐오감을 부추기는 개인이나 조직을 금지시켜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나치게 예민해졌는지 페이스북에서 인종 문제를 조금만 언급해도 사용이 일시 중단되는 조치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미국의 흑인 네티즌은 자신들이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도리어 인종차별주의자로 의심받아 불이익을 받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인해 사용이 일시 중단되는 것을 저커버그의 이름을 따 '저크됐다(zucked)'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또 알고리즘을 이용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백인을 뜻하는 '화이트 피플(white people)' 대신 발음이 유사한 '와이피포(wypipo)'라는 은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앨릭스 애드보는 최근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조치들을 검열(censorship)을 실시하는 것에 비유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전문가인 애드보 교수는 소셜미디어 기업이 사용자를 쫓아낼 권한이 있긴 하지만 페이스북 같은 대형 업체가 누가 온라인에서 무슨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결정한다는 것은 검열 행위라고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앞으로 사생활 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소셜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 35세로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저커버그는 CEO뿐만 아니라 회장과 이사회장까지 겸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직책들을 전부 다 수행할 수 있을지 저커버그의 능력에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잦은 스캔들에 일부 투자자들은 그의 사임까지 요구해왔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모두 공동창업자였지만 나중에 CEO직을 내놓은 사례가 있다.
페이스북 주주들과 사용자, 직원과 나아가 저커버그 본인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사임 압력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글로벌콘텐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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