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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집권 4주년 같다"는 정권 실세들의 고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2 17:04

수정 2019.05.12 17:04

실수로 공개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화가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걸 모른 채 정부 관료들을 질타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가 군기반장을 자처하자 김 실장이 맞장구를 친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라고도 했다.


'4주년 같다'는 말에서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짐작할 수 있다. '엉뚱한 짓'이라는 말에선 관료들이 당과 청와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단적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11일 "이러니 '독재'란 소릴 듣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논평했다. 바른미래당은 "'무식한 운동권 정부'라는 비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지원 의원(민주평화당)은 페이스북에 "스스로 레임덕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집권 4년 같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물었다.

어느 정권이든 관료조직과 일정한 긴장상태를 유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초 당선인 시절 "(공직자들이) 이 시대에 약간의 걸림돌이 될 정도의 위험수위에 온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10년의 '물'을 빼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이때 앞장서서 공무원을 역성 든 이는 다름아닌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2008년 1월 "공무원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또 공공의 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정브리핑' 사이트를 통해 일선 말단 공무원들과 소통하는 모범을 보인 것도 노 대통령이다.
이런 노력도 없이 현 정권 실세들은 공무원 복지부동부터 탓했다. 어떤 정책이든 공무원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2년밖에 안 된 정권이 벌써부터 관료들과 불화를 빚으면 그 피해는 온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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