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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버스파업 초읽기, 승객은 황당하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3 17:21

수정 2019.05.13 17:21

1년여 준비기간 허송세월
정부·지자체·노조 뭐 했나
전국 버스 파업이 코앞에 닥쳤다. 버스노조와 중앙정부, 지자체 3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15일 자정부터 전국 버스 1만7900대가 멈춰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전국자동차노련 류근중 위원장을 만났다. 앞서 12일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견이 큰 탓에 아직 또렷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먼저 중앙정부의 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지난해 2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이때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가 빠졌다. 이에 따라 종업원 300인 이상 노선버스는 오는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준수해야 한다. 그동안 준비할 시간이 1년 넘게 있었으나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이제서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승객들은 황당하다.

그렇다고 지금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당장은 파업을 막는 게 급하다. 버스운송사업은 오래전 지자체로 권한이 넘어갔다. 김현미·이재갑 장관이 지자체에 책임 있는 자세와 요금인상을 촉구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큰 변수가 생겼다. 바로 주52시간제 시행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와 국회의 합작품이다. 사고는 위에서 치고 설거지는 지자체에 떠맡기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요금을 올리면 결국 소비자 주머니를 턴다는 비판이 쏟아질 게 뻔하다. 이 역시 시장·도지사들에겐 부담이다.

이참에 버스 노조는 아예 준공영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 수입금을 공동으로 관리하되 적자를 지자체가 메워주는 방식이다. 지난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처음 도입했다. 지금은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광역시로 확산됐다. 준공영제는 버스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준공영제를 유지하는 돈, 곧 세금이 만만찮다. 노조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기대한다. 하지만 버스업계의 만성 적자를 고려할 때 선뜻 결정할 일이 아니다.

버스 사태는 얽히고설킨 실타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노조와 중앙정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한두 번 만나서 풀릴 일이 아니다.
준공영제 확대, 요금인상, 노선감축 등 모든 안건이 협상 대상이다. 그 대신 노조는 파업을 당분간 미루기 바란다.
이런 절차를 밟지도 않은 채 불쑥 결론부터 내리면 버스 승객들을 우롱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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