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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대차 울산 토론회, 말보다 실천이 중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4 16:42

수정 2019.05.14 16:42

"노사대립은 함께 죽는 길"
현장선 여전히 변화 거부
현대자동차 노사와 자동차 전문가, 울산시 관계자 등이 함께한 '자동차산업 미래 전망과 고용 변화' 토론회가 13일 울산에서 열렸다. 노, 사, 민, 관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토론회에선 고용감소를 넘어 고용대란을 몰고 올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위기를 공유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생산량은 2020년 148만대에서 2030년 30만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며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노사 대립은 함께 죽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자동차산업 위기론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은 10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다"며 "흥망성쇠의 기로에 선 국내 차산업을 살려내기 위해선 노사정이 하나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 노조도 지난달 노조신문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의 확대로 2030년 차산업에서 제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3%에서 40%로 감소하고 결국에는 제조사 외연이 25%까지 감소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공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선 이와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인기 차종인 '팰리세이드' 증산에 어렵사리 합의한 바 있다. 증산 합의 후 미국 수출이 결정되면서 계속 물량이 달리자 사측은 추가 증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판매계획을 잘못 세운 회사 책임이 크다"며 추가 증산에 반대하고 있다.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현대차 전주공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발주한 전기버스의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선 2교대 근무가 불가피한데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며 버티고 있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책에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현대차는 향후 10년 내 생존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사가 힘을 합쳐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힘차게 행진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산업 자체의 위기가 거론되는 마당에 노사가 힘겨루기 형태의 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울산 토론회에서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불가피하다면 질서정연하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위기를 인정한다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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