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국 함정에 빠진 中… 美 요구 수용하면 선진국 진입?

WSJ "체면 구겨도 부 얻을 것"
노동인구 줄어드는 추세인 中.. 美 등 견제에 수출장벽도 높아져
대기업보다 중기 수익 높은 현 산업구조도 성장 걸림돌
시장 개방해야 경쟁력 생겨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면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요구하고 있는 구조개혁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무역합의로 체면은 구길 수 있겠지만 부를 얻을 수있다"는 것이다.

WSJ은 이날 중국의 고도 성장은 이제 사실상 약발이 다했다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빅뱅'에 버금갈 정도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통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나라들은 많지 않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960~2016년 156개국 가운데 25개국만이 저소득 또는 중간 소득에서 고소득 국가로 변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중국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중국이 연간 6% 성장을 지속하고, 미국은 2% 수준의 성장이 이어지면 15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중국에 6% 성장은 이제 점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되고 있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이끈 핵심 요인들이 이제 되감기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합류 바늘구멍 통과하기

우선 저비용과 높은 생산력을 뒷받침해 온 노동력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노동연령대 인구는 2013년 꼭지점을 찍고 하향세다. 생산비가 높아지고, 급속히 증가한 고령층이 은퇴하면서 저축을 까먹기 시작함에 따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고도성장의 또 다른 발판이었던 수출도 곳곳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 선포 이전에도 이미 중국은 급격한 수출 증가세로 인해 각국의 견제를 받아왔다. 2017년 현재 전세계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수출국 중국에 대해 각국 정부와 정치권은 장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저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투자 자금의 또 다른 원천인 수출이 그동안의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는 것은 고도성장 지속이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고도성장을 위해서는 이제 수출확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중국의 광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지금같은 밀어내기식 수출에 목을 걸기보다 누구나 탐내는 중국의 엄청난 내수 시장을 시험무대로 삼아 제품의 질을 높여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이다. 중국은 내수시장에서 검증된 신제품,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 무대에서 유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종 강자들을 키워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금방식 고도성장 지속 난감

WSJ은 중국의 현재 구조는 이같은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산업구조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캐피털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나라에서는 대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로 인해 대개 중소기업에 비해 자산대비 수익률이 높지만 중국에서는 정반대다. 중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수익률이 대기업보다 높은 것이다.

몇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다. 우선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국의 대부분 민간 중소기업들은 국제 공급망의 일원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대기업과 달리 끊임없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높여야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기업의 수익률이 낮은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정부의 간섭이 지목된다. 기업들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 정부의 간섭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또 이들 대기업이 높은 생산성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정경 유착 속에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자금을 바탕으로 덩치를 키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영기업들이 대개 그렇다.

WSJ은 중국 당국이 일부 개혁 시도에 나서고는 있지만 불충분하다면서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국에는 보탬이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내용들은 주로 중국이 민간 자본에 더 공정하고 더 개방된 시장이 되는 한편 지적재산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부르고,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서방 시장과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중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열쇠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춰져 중국 지도부가 그토록 꺼리고 있는 미중 무역합의에 있다고 WSJ은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