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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정치와 경제의 불편한 만남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6 16:34

수정 2019.05.16 16:34

[한미재무학회칼럼] 정치와 경제의 불편한 만남

2019년 5월 6일 월요일 아침, 몇 시간 사이에 미국 주식 선물지수는 1.5% 하락했고, 곧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S&P500 지수는 1.1% 하락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그날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메시지로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고 얘기한 직후였다. 주식 지수는 다음 날도 하락해 이틀 만에 S&P500 시가총액 620억달러가 사라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어떻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우리는 미래를 예상할 수 없을 때 선뜻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방어적 태도를 취한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정책의 불확실성은 경제주체들의 유동자산 선호현상을 심화시켜서 실물경제에 자본이 흘러가는 것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가들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많을 때 위험자산인 주식을 처분하고,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좋은 현금을 보유하려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클 때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달러에 투자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몸을 사리는' 행동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가 주식시장을 떠난다면 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정치적 불안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에서 자본이 유출되면 투자개발을 할 수 없어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금융기관, 특히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은행이 정책 불확실성의 악영향을 보완해 줄 수 있다면 어떨까. 정치적·정책적 불확실성이 많을 때 기업과 가계가 생산과 소비를 줄이더라도 은행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본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돕는다면 정책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도 정치적·정책적 불확실성이 많을 때 유동성을 공급하기보다 오히려 경제 전반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가계와 기업은 경제활동을 계속하고 싶어도 은행이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지나치게 유동성 공급을 중단한다면 은행이 정책 불확실성의 악영향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필자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공저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내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때 은행 또한 대출을 줄이고, 요구불예금을 유치하는 등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때 은행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이자율을 높여 기업 및 가계 대출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고 정책입안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금융기관들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결국 정책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확대시킬 수 있다.

많은 경제정책이 논의되고, 만들어지고, 때로는 폐지되곤 한다. 경제환경에 따라 좋고 나쁜 정책도 있겠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모든 경제 참가자들이 만족할 만한 정책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동경기의 룰이 자주 바뀌거나 불확실하면 선수들은 최선의 힘을 다해 뛸 수 없다.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정략적 다툼이나 정무적 판단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법안은 정책 불확실성의 상징일 것이다.
정책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김회광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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