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국세청 술 판매금지 공문에… 대학생들 "술 심부름 해드려요"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6 17:27

수정 2019.05.17 10:51

[fn 스포트라이트 "술 못팝니다" 달라진 대학축제]
마실 술 직접 가지고와야
축제 흥 꺼질라… 불편함 감수 "소액 받고 술 사다드려요" 홍보..이마저도 불법 소지 있어 불안
같은 대학 학생에겐 무료배포
과별 학생회 박스채로 술 구입..학생증 검사 후 무료로 나눠줘
안주도 걸릴까 조심조심
식품위생법상 문제 될까 우려..안주금지·푸드트럭도 등장
사진=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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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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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 기간 중에 주류 판매가 금지되자 대학 축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축제 현장에서는 관련법 위반을 우려해 주점 대신 푸드트럭 존이 운영되고 있으며 마포구 홍익대 학생회는 축제 기간 중 학생들에게 나눠 줄 술을 사전에 구매해 주점 부스 뒷편에 쌓아 두고 있다. 해당 과 학생임을 인증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대학의 학생들은 '술 심부름꾼'을 자청하는 등 주류 판매 금지에 다양하게 대처하고 있다.(사진 위쪽부터) 사진=오은선 기자·페이스북 캡쳐
대학 축제 기간 중에 주류 판매가 금지되자 대학 축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축제 현장에서는 관련법 위반을 우려해 주점 대신 푸드트럭 존이 운영되고 있으며 마포구 홍익대 학생회는 축제 기간 중 학생들에게 나눠 줄 술을 사전에 구매해 주점 부스 뒷편에 쌓아 두고 있다.
해당 과 학생임을 인증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대학의 학생들은 '술 심부름꾼'을 자청하는 등 주류 판매 금지에 다양하게 대처하고 있다.(사진 위쪽부터) 사진=오은선 기자·페이스북 캡쳐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축제 현장.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주점' 부스 뒤편에는 소주·맥주 등 각종 술이 박스채 준비돼 있었다. 각 과별 학생회가 직접 구비한 배포용 술이다. 한창 술 박스를 나르던 한 학생회 임원은 "올해부터는 학생증 검사 후 우리 과 학생에게만 술을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며 "다른 외부 손님들은 직접 술을 사가지고 와 먹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날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축제 현장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공연 무대 앞에 자리잡은 각 동아리별 부스에는 본인들이 직접 마실 술이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가 각각 놓여져 있었다. 안주 역시 각 동아리별로 직접 과자와 음료 등을 가져오거나 학내 푸드트럭에서 사온 음식들이 주를 이뤘다. 성균관대는 올해 축제부터 술과 음식 판매 모두를 제한했다.

■"술 심부름·공짜 술 드려요"

지난해 국세청에서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에 축제 기간 허가없는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공문을 보낸 이후 대학 축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엄격하게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가 하면 식품위생법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안주 조리도 금지하는 학교가 늘었다. 주세법을 준수하는게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생들은 "축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16일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 판매 면허를 받은 사람만 주류를 팔 수 있다. 그동안 대학 축제에서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술을 파는 행위는 엄격히 따지면 전부 불법인 것이다.

학생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주류를 즐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내놓고 있다. 병당 얼마씩 비용을 받고 술 심부름을 해주거나 해당 과·동아리 학생들에게만 술을 무료로 나눠주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안주나 토닉워터 등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품목들만 팔고 술은 외부에서 사오도록 사전에 공지하는 부스들도 많았다.

이마저도 학생들은 주의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비용을 더 받고 술을 사다주는 행위 등을 판매행위로 볼 수도 있는지 여부는 판단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주류판매 행위 자체가 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혹시라도 처벌 받게 될 경우를 방지하는게 저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축제,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아"

이렇다보니 먹고 마시던 대학 축제 분위기는 한껏 차분해진 모양새다. 홍익대 한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는 "무료로 나눠주는 술은 지금 준비한게 다 인데, 모자를까봐 걱정"이라며 "술을 사다주는 행위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어 필요하면 직접 술을 사가지고 오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대학 축제만의 흥이 죽을까 걱정과 불편함만 늘어난 셈"이라고 토로했다.

성균관대 학생인 김모씨(22)도 "먹고 마시는 축제 분위기가 예전만큼 신나지 않아 참석하지 않겠다는 친구들이 늘어났다"며 "학생회 차원에서는 한 해 중 수익을 가장 많이 낼 수있는 행사였는데 그것마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달 23일부터 축제가 열리는 연세대의 경우 총학생회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대동제 주류 취급 대책과 관련, 주류회사·학교 생활협동조합과의 연계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난관에 봉착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임시 주류판매 허가증을 가진 외부업체을 통한 주류를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정부기관에서 그마저도 불허해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일정 기준을 갖춘 시설을 갖춰야 음식을 팔 수 있는 현행 식품위생법에 걸릴까 안주를 팔지 않는 대학도 늘었다. 성균관대 학생회는 올해부터 주점 대신 푸드트럭 존을 운영했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대학 축제 내 주점의 경우 일시적이고 영리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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