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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은 온전한가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9 17:26

수정 2019.05.19 17:26

[윤중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은 온전한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온전한가. 원·달러 환율이 올 4월 이후 6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드는 의문이다. 경제가 예측대로 성장하고 있는가. 올 들어 세수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데 재정건전성은 나빠지지 않을까.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첨예화·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는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끝이 없다.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지만 환율 움직임은 한 국가의 펀더멘털을 반영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 나라 펀더멘털이 좋으면 해당국 통화 가치는 높아지고, 나쁘면 떨어진다. 미국은 올 1·4분기 3.2%(연율 기준) 성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 대비 0.3% 마이너스 성장했다.
당연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한 질문이 나올 이유가 없다. 문제는 달러 대비로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했을 때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지난 15일까지 한달간 원·달러 환율은 4.9% 상승했다. 정국불안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폭의 환율 상승세다.

돈은 속성상 위험도를 가장 먼저 감지한다. 어떤 전망보다 머니가 빠르다. 외환시장뿐만 아니다. 국내 자본시장 또한 펀더멘털 우려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올 들어 14일까지 초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약 25조6000억원이 순유입됐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집계치다. MMF는 하루만 돈을 맡겨도 펀드 운용실적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이다. 초단기채 펀드 28개에는 같은 기간 1조2000억원가량이 순유입됐다. 외국인머니의 움직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팔고 있다. 17일까지 외국인은 거래일 기준으로 7일 연속 코스피에서 순매도했다. 금액으론 1조7000억원 정도다. 외국인 자금유출이다.

펀더멘털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는 이유는 위기의 악몽 때문이다. 팩트 왜곡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정부는 외환위기 며칠 전까지도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숱하게 이야기했다. 악몽은 끊임없이 되새김되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단골 발언인 "거시지표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정부보다 나아졌다. 수출도 6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다"는 불안감 속에 유난히 귀에 쏙쏙 꽂힌다. 그리고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과 겹쳐진다.

머니의 불안한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많이 양보해서 거시지표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해도 한국은 수출비중이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양상은 현재로선 서로를 향해 달리는 멈출 수 없는 기관차다. 중국만 분리해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621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6.8%다. 더구나 대중국 수출액 가운데 80%가량이 중간재다. 중국이 이 제품을 가공해 미국 등으로 수출한다. 미·중 분쟁은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에 치명적이다. 양국 갈등으로 우리나라와 관련된 국내외 투자자금이 불안해할 만한 상황이다.

대외여건은 국내에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서둘러 펴서 펀더멘털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기업투자와 고용을 늘릴 정책과 분위기 쇄신 등 특단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
산업규제 완화, 반시장 분위기 전환책도 제시돼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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