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버닝썬 수사, ‘용두사미’가 되지 않길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0 17:23

수정 2019.05.20 17:23

[기자수첩] 버닝썬 수사, ‘용두사미’가 되지 않길

올 초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흔든 가장 큰 사건 하나는 단연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으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일 것이다. 처음에는 유명 연예인 한두 명이 연루된 소소한 폭행 시비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눈덩이가 불어나듯 그 이면의 비리와 유착, 마약, 성범죄 등이 하나씩 들춰지며 사건 규모가 빠르게 커졌고 결국 산사태를 일으킬 만큼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간 여러 대형 사건과 이슈로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던 대중들 앞에 또 한번 드러난 범죄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사실들은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버닝썬 사건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던 이 사회 내부의 곪아터진 상처들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마약에서만큼은 청정할 것이라는 헛된 꿈을 깰 수 있게 했고 여전히 남아있는 성상품화 문제, 여성을 인간이 아닌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혐오, 또 끊어내기 쉽지 않고 또 밝혀내기도 쉽지 않은 부정부패의 고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찰 인력들이 대거 투입됐고 이제 수사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통쾌함보다는 뒤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강하다.

최근 이 사건의 가장 핵심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 가수 승리와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경찰유착 수사에서의 부실한 성과가 '역시 그렇지' 하며 씁쓸한 패배감을 모두에게 안겼다. 너무도 길고 길었던 수사 기간과 수많은 소환의 끝에 나온 결과를 받아들고 있자니 그 긴 시간 동안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나 하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내로 승리 사건을 결론내겠다는 방침을 보이며 승리의 횡령 혐의에 대한 추가 보강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승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길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막판 스퍼트를 바짝 올리지 않으면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맞게 될 것이다.

'용두사미'라는 사자성어의 교훈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을 들인 만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마지막 모양새가 깔끔하길 바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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