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치인의 할 말, 못할 말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0 17:23

수정 2019.05.20 17:23

[기자수첩] 정치인의 할 말, 못할 말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표준말의 정의이다. 표준말은 세련됐다. 여기에 감성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반면 지방색이 짙은 사투리는 구수하며 인간미가 느껴진다. 감성적이다. 비슷한 논리로 '막말' 역시 인간적이고 서민적이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힘이 있다 보니 그 파급효과는 뛰어나다. 막말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정치는 감성이다. 아니 엄밀히 말해 정치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문제는 감성은 '감정적'으로 변질돼 특정 계층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투리를 쓰는 곳에서 지역감정이 생기고, 서민적인 성격이 짙은 막말에 특정 계층에 대한 반발심이 내포돼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막말에 대한 비난이 유독 정치권에서 많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막말 문제는 '이념'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문제다. 수용자로 하여금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말의 표현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비난의 화살을 받아왔다.

최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사이코패스 발언 그리고 김현아 한국당 의원의 문 대통령을 향한 한센병 발언 등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막말은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 이들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국 이들이 내뱉은 말의 표현방식은 수많은 대중에게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궁극적으로 그 메시지조차 전달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말을 하는 이유가 그 메시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막말이 아닌 '할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도덕적 당위성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이 지켜야 할 보편성을 저버릴 만한 장은 아니다.

각국이 표준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세련'돼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말은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용하지만 위험한 표현의 도구다. 막말은 당장 눈길을 끌어 공감대를 형성해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는 결국 그 말에 담긴 메시지까지 무력화시켜 말의 힘을 잃게 할 것이다.

pja@fnnews.com 박지애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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