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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업승계 훼방꾼 상속세, 뜯어고칠 때 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1 16:55

수정 2019.05.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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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21일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낮춰달라는 내용의 보고서(상의 리포트)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가업승계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상속세 부담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26.6%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상속 주식 할증평가제 개선도 요구했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세율 체계는 가혹하다. 상속세율이 높은 데다 가업 승계의 경우 실질세율이 더 높아진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여기에 주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면 30% 할증이 붙는데 이 경우 실질세율은 65%로 OECD 1위다. 반면에 OECD 34개 회원국 중 15개국은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네덜란드(20%), 독일(30%), 영국·미국(40%) 등 상속세를 물리는 나라들도 세율은 우리보다 훨씬 낮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업승계를 권장하는 세율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가업을 승계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준다. 되도록 가업을 승계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우량기업인데도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경우가 즐비하다.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락앤락이 대표적이다.

가업 승계는 단순히 재산을 대물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업은 자자손손 대물림하면서 가문 특유의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다. 일본과 유럽의 강소기업들 중에는 그런 기업이 많다.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일자리가 줄고, 기술전수도 끊겨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도입했으나 요건이 복잡해 이용실적은 미미하다. 가업승계를 제도적으로 억누르는 것이 바람직한가.

재산 대물림은 억제해야 하지만 가업 대물림은 권장해야 한다. 가업승계에 대한 세율은 일반 세율보다 우대하는 것이 옳다.
주식 상속 때 적용하는 30% 할증평가제를 우선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요건도 대폭 완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과거 탈세를 전제로 높게 설정된 상속세율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낮추는 문제도 검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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