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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종구·이재웅 혁신 논쟁, 더 치열하게 해보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3 17:29

수정 2019.05.23 17:29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쏘카 대표를 이틀 연속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23일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 전 최 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23일 페이스북에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며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하루 전에도 이 대표는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며 최 위원장을 비꼬았다.


최·이 논쟁엔 양면성이 있다. 주고받는 말이 정치판을 닮은 것은 아쉽다. 최 위원장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공직자가 벤처신화의 주인공인 이 대표를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몰아세운 것은 지나치다. 납세자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공직자의 숙명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다 잘한 건 아니다. 그의 말투가 상대방의 속을 긁는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홍남기 부총리를 겨냥해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최 위원장을 향해선 "출마하시려나"고 비아냥댔다. 이달 중순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분신과 잇단 시위에 대해선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말이라도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했다. 우리는 이 대표가 말을 순화하기 바란다.

다른 한편 최·이 논쟁은 우리 사회에 혁신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는 두 사람이 절제된 언어로 논쟁을 이어가길 바란다. 정치권 막말에서 보듯 거친 언사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문제의 본질도 사라지기 일쑤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봤다. 이재웅 대표는 그 충실한 후예다.
하지만 정부는 혁신을 장려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을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최 위원장이 그 총대를 멨다.
우리는 두 진영이 치열하게 논쟁할수록 혁신은 더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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