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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중 화웨이 전쟁… 기업 판단을 존중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4 17:26

수정 2019.05.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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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리 정부와 기업에 중국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는 5G 장비를 생산하는 중국의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청와대와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5G 장비의 보안상 문제점들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화웨이산 장비를 사용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 간 정보 소통 내용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으니 거래를 중단하라는 요구다.

미국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후 서방 진영에 반(反)화웨이 전선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일본의 IT기업들까지 속속 화웨이와 거래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의 ARM도 화웨이와 거래중단에 나섰다. 미국은 우리 기업들에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에 대해 용산·평택·오산 등 미군 주둔지역에서 서비스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동맹국이다. 중국은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의 최대 시장이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중국으로부터 3년 전 사드사태와 같은 경제보복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기도 어렵다.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화웨이를 동원하고 있다. 목표는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협상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또 하나의 측면은 신기술 패권경쟁이다. 미·중 양국은 5G로 대표되는 통신분야 최첨단 기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부딪치고 있다. 신기술 패권의 향배는 우리에게는 경제를 넘어 안보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2016년의 사드사태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당시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국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은 기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집중적으로 경제보복을 가했다. 이어 보복조치가 관광과 한류 등 경제·문화 교류 전반으로 확산됐다. 따라서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화웨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기업 간 거래 문제다. 일단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것이 현명하다.
미국에도 우리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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