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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9주년 결산]새 증언들 나온 배경은 '사회·정치적 환경' 작용

뉴스1

입력 2019.05.26 08:06

수정 2019.05.26 08:06

허장환 전 505보안부대 수사관이 옛 505보안부대 5.18 당시 고문이 자행된 지하실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고 있다. 허 수사관과 김용장 전 미 501 정보여단 요원은 전날 '5·18증언회'에 이어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05보안부대 옛터를 찾아 당시의 생생한 증언을 이어갔다. 2019.5.15/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허장환 전 505보안부대 수사관이 옛 505보안부대 5.18 당시 고문이 자행된 지하실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고 있다. 허 수사관과 김용장 전 미 501 정보여단 요원은 전날 '5·18증언회'에 이어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05보안부대 옛터를 찾아 당시의 생생한 증언을 이어갔다. 2019.5.15/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김용장 전 미 501정보여단 요원이 15일 오전 옛 국군통합병원을 찾아 보일러실과 소각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9.5.15/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김용장 전 미 501정보여단 요원이 15일 오전 옛 국군통합병원을 찾아 보일러실과 소각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9.5.15/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39년이 흐른 지금, 광주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의미한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는 군의 헬기사격에 대한 증거가, 올해는 전두환씨가 당시 광주를 방문해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증언 등이 미군 정보요원과 505보안부대 요원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지난 14일 김용장 전 미국 육군 501정보단 요원과 허장환 전 505보안부대 요원은 광주를 찾아 '5·18증언회'를 가졌다.

이들은 Δ전두환이 헬기를 타고 광주를 방문한 사실 Δ광주를 찾은 후 사살 명령을 내린 사실 Δ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이 이뤄진 사실 Δ시민으로 위장한 '편의대'가 광주에 급파돼 시민들을 폭동화시킨 사실 Δ편의대에 의한 교도소 습격사건 등에 대해 증언했다.

또 Δ가매장한 시신을 파헤쳐 지문을 채취하고 국군통합병원에서 시신 소각이 이뤄진 사실 Δ정권찬탈을 위한 신군부의 '광주 시나리오'가 존재했다는 사실 Δ공수부대에 의해 성추행이 자행된 사실 등이다.

이 밖에도 군 관계자들이 언론을 통해 헬기사격에 대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증언들이 39년이 지난 지금에야 쏟아져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두 전직요원은 증언에 앞선 소감을 전하면서 공통적으로 '지금이 바로 용기를 낼 때'였다고 말했다.

최근 이처럼 5월 관련 증언들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5·18진상조사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진상규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허장환씨는 1980년 당시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죽이면서까지 정권찬탈을 해야하느냐"고 반문했다 군 항명죄로 군복을 벗었다. 이후 1988년 양심선언을 하고 5월 관련 증언을 담은 책까지 냈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이 그를 침묵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허장환씨는 88년 이후 왜 지금 또다시 용기를 내게 됐느냐는 질문에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배경이 날 침묵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정치적 커넥션이 없다는 것이 증언에 나선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허씨는 "광주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정치인들의 당리당락에 의해 39년간 진실이 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장씨는 "제가 39년 동안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며 "501정보여단에서 사표를 낼 적에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지만 그 각서보다 광주에 대한 진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증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광주항쟁에 대한 역사는 지금부터 다시 쓰여야 한다"며 "이제까지 역사는 올바르게 쓴 역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고, 지금 우리가 그 일을 해야하는 시기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광주시민들이 있는 동안 그 일을 꼭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월단체 관계자는 "비록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도 못하고 있지만 5 ·18진상규명을 위한 토대가 점차 마련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용기를 내는 이들이 추가로 나와 조속히 온전한 5월의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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