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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지속성장 관건은 규제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6 17:07

수정 2019.05.26 17:07

[차관칼럼]지속성장 관건은 규제개혁

우리나라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정보통신산업에서 첨단기술력을 입증한 쾌거였다. 또 대중문화 산업에서 방탄소년단(BTS)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드라마나 K팝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2개 산업에서 크게 성공한 것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한 결과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산업의 성공을 규제개혁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산업에서 더욱 발전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두 산업의 규제개혁 추진 내용을 살펴보자. 정보통신산업의 경우 30여년 전 유선전화는 한국통신, 데이터통신은 데이콤이 독점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거셌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전후해 세계화의 물결이 몰아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보호주의가 아니라 과감한 규제개혁과 대외개방을 선택했다. 기존 독과점 업계는 크게 반대했고, 개방 찬성론자를 미국의 앞잡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규제개혁은 단계적으로 추진돼 1차로 1990년 국제전화와 이동통신에 경쟁을 도입했고, 부가통신의 진입장벽도 완화했다. 2차로 1994년 시외전화에 경쟁을 도입했고, 국제전화의 경쟁을 확대했다. 3차로 1995년 시내전화까지 경쟁을 도입해 경쟁체제를 확립했다.

통신회선 임대업 허용을 통해 소자본 기업에 통신망을 개방해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했다. 경쟁이 이뤄졌고, 요금 인하와 수요 증가가 뒤따랐으며 다시 신규 기업의 추가 진출로 경쟁이 촉진되는 선순환 구조가 계속됐다. 오늘날 정보통신산업 발전은 이런 규제개혁이 원동력이 됐다.

대중문화 산업의 경우 20여년 전까지 다양한 규제가 있었다. 예컨대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 또는 일본의 만화,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수입이 제한됐고 스크린쿼터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강제했다. 대중문화를 개방하면 우리 문화산업이 몰락하고, 문화식민지로 전락한다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를 사수하자는 집회가 정부청사 앞에서도 벌어졌다.

대중문화에서도 단계적 규제개혁이 추진됐다. 1차로 1998년 만화, 국제영화제 수상 영화부터 개방됐고 2차로 1999년 소규모 가요공연과 일부 영화가 추가 허용됐다. 2000년 3차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모든 가요공연, 게임 소프트, 방송프로그램이 개방됐고 2004년 4차에서 영화의 전면 개방과 레코드·CD·테이프 판매가 허용됐다. 스크린쿼터는 2006년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됐다. 시장개방 이후 외국 문화와 경쟁하면서 우리 경쟁력이 높아졌고,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가 축소됐어도 이 제도가 유명무실할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증가했다. 개방으로 문화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불식하고 우리 대중문화는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요즈음 우리 경제의 중요 과제가 규제개혁 추진이다. 그런데 규제개혁을 하려면 기득권 집단이나 동조 세력의 반대나 비판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이들의 선도적 노력으로 산업의 토대가 형성됐고, 이들이 산업 발전의 일부를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제개혁의 성패는 반대자 설득에 달려있다고도 말한다.

또한 규제개혁은 추진 내용과 전략, 전문가 의견수렴, 정치적 결단, 경쟁주창자 역할, 해외의 경쟁압력 등에 의해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
기존 산업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규제개혁이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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